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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버지 꾸중에 중학생 방화…일가족 4명 참변
동아일보
업데이트
2010-10-21 17:26
2010년 10월 21일 17시 26분
입력
2010-10-21 16:49
2010년 10월 21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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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라며 골프채로 찌르고 뺨 때려 범행 결심했다"
중학생이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가 공부하라며 폭행한 데 앙심을 품고 집 안에 불을 질러 잠자던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21일 오전 3시 35분 경 성북구 모 중학교 2학년생 이모 군(13)이 성동구 하왕십리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미리 준비해둔 휘발유를 집안에 뿌리고서 불을 질렀다.
이 군은 범행 직후 집 밖으로 빠져나갔으나 불길이 삽시간에 모든 방으로 번지는 바람에 잠을 자던 아버지 이모 씨(48)와 어머니 최모 씨(39), 여동생(11), 할머니 박모 씨(74)는 모두 목숨을 잃었다.
이 집에서 함께 살며 의류판매업을 하는 이 군의 고모는 사건 당시 동대문시장의 가게에서 일하다 늦게 귀가해 화를 면했다.
이 군은 범행 뒤 집 주변을 돌아다니다 1시 30분 만에 귀가해 경찰과 소방관들이 보는 앞에서 통곡하면서 범행을 은폐하려 했지만 혼자 무사했던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집요한 추궁을 견디지 못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이 군은 경찰에서 평소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는 데 관심이 많아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반대하며 욕설을 하고 폭행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은 방화 직후 아파트 CCTV에 찍히지 않으려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 집 밖으로 빠져나가고서 근처 재개발구역에서 우연히 만난 노숙자에게 휘발유 냄새가 밴 점퍼를 벗어주는 등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군은 이틀 전 오후 8시 경 집 인근 상가에서 휘발유를 사 10¤들이 물통에 넣어 자신의 방에 숨겨뒀다가 범행에 사용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은 이군이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여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 존속살해 혐의로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하면서 지켜본 이 군은 우울증이나 정신 병력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감정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군은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제 아버지가 공부하라며 골프채로 찌르고 뺨을 때려 범행을 결심했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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