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에이즈감염 10대 여성… 채팅 남성들과 무차별 성관계

에이즈에 감염된 10대 여성이 채팅에서 만난 남성들과 무차별적으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26일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도 돈을 받고 남성들과 성관계를 한 혐의(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위반)로 김모 씨(19)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돈을 주고 김 씨와 성관계를 한 이모 씨(27)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와 성매매 조건으로 채팅을 한 20대 남성 20여 명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적장애 2급인 김 씨는 2007년 고교를 중퇴했다. 몇 차례 가출을 한 김 씨는 찜질방을 전전하다 용돈이 떨어지자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다. 3년가량 지난 올 1월 몸에 이상을 느낀 김 씨는 자궁 물혹 수술과 정밀 검사를 받았다. 한 달 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 사실을 통보받았다. 가출 당시 에이즈 감염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뒤 감염된 것으로 연구원 측은 추정했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김 씨는 이후 몇 차례 더 집을 나갔다. 이 기간에도 채팅으로 만난 남자들과 5만∼10만 원을 받고 부산 수영구 모텔 등지에서 성관계를 했다. 남성들에게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김 씨는 아버지가 지난달 “딸이 에이즈에 감염됐는데 계속 가출을 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해 붙잡혔다.

경찰은 김 씨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채팅 기록을 조사했다. 적발된 남성 3명 이외에도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 20대 남성 20여 명의 명단이 나왔다. 한편 법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인신구속보다 치료가 나을 것 같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