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장림동 모 생선가공공장에서 일하는 강모 씨(40)는 고등어와 명태 하역 일을 맡고 있다. 마땅한 거처가 없어 회사 3층 사무실 한쪽 방에서 혼자 숙식을 해결했다. 최근 며칠 사이 공장엔 일감이 많아졌다. 물량이 쏟아져 휴식과 점심시간도 짧아졌다. 사장의 잔소리도 평소보다 심해졌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 점점 쌓여갔다.
10일 오후 그는 방에서 혼자 소주 2병을 마셨다. 회사의 처우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강 씨는 11일 0시 50분경 회사 3층 복도에 있던 쓰레기와 종이상자를 엘리베이터에 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런 다음 엘리베이터를 2층으로 내려 보냈다. 불은 2층 복도와 승강기 등을 태워 1000만 원가량 재산 피해를 내고 30분 만에 꺼졌다. 강 씨는 태연하게 소방서에 “우리 공장에 불이 났다”며 화재 신고를 했다.
하지만 불이 나기 전날 2층에 입주해 있던 또 다른 업체가 사무실 복도에 설치해둔 폐쇄회로(CC)TV에 방화 장면이 찍히면서 범행이 들통 났다.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휴식시간도 짧았고, 사장이 잔소리도 많아 술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사하경찰서는 이날 강 씨에 대해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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