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범행현장을 빠져나오던 빈집털이범 문모 씨(50)는 순간 뒷걸음질쳤다. 건물 외벽에 작은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문 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특수절도 20범으로 범행 현장에 지문 하나,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은 베테랑을 자처하던 문 씨가 CCTV에 자신의 모습을 남길 수는 없었다.
방금 빠져나온 2층 집 거실로 다시 침입한 문 씨는 건물 밖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를 코드 채 뽑아들고 나왔다. CCTV는 이 집에 사는 건물주 김모 씨(39·여)가 집 앞에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얌체족을 잡아내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그런데 증거 인멸을 위해서는 하드디스크가 담긴 본체를 들고 나와야 하는데, 그만 모니터만 챙기면서 문 씨의 범죄행각은 들통이 났다. 경찰은 CCTV 기록을 바탕으로 1만2000여명의 동일 수법 전과자 사진을 대조한 끝에 문 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해 3월23일 관악구 봉천동 김 씨 집에 침입해 15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치고 증거를 인멸하려고 컴퓨터 모니터를 가지고 나온 혐의로 문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문 씨는 경찰 조사에서 "'컴맹'이라서 모니터만 들고 나오면 되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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