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운명이 아닌데 결혼해 큰일 났다. 남편 전처의 영혼을 달래주는 천도재를 지내지 않으면 남편과 자식들에게 화가 미칠 것이다.”
2007년 12월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점집을 찾은 최모 씨(53·여)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미 남편이 다치고 부모가 고령으로 쓰러져 걱정이 컸던 최 씨는 자신이 늦은 나이에 결혼한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린 점쟁이 이모 씨(51·여)에게 ‘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씨에게 홀린 최 씨는 전 재산 5억 원을 천도재 비용으로 갖다 바쳤고 급기야 자신이 경리과장으로 있는 병원의 공금에도 손을 대 3년 동안 172억 원을 기도비 등으로 제공했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 자식에게 화가 미친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돈을 갖다 주게 됐다”고 말했다.
점쟁이 이 씨의 금품 갈취는 최 씨의 공금횡령 사실이 병원 직원에게 들통 나면서 끝났다. 서울중부경찰서는 27일 무속인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최 씨도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최 씨 돈으로 3년간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장기 투숙하고 보석과 명품가방 40여 개를 사는 등 호사를 누렸으며 호스트바 2곳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