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2리 둔덕산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김모 씨(58·경남 창원시 성산구)가 숨지기 직전인 지난달 신변을 속속 정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9일 자신의 레저용차량(RV)을 몰고 창원에서 문경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도로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김 씨는 이때부터 둔덕산 폐채석장 부근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김 씨의 차량에서 나온 영수증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같은 달 13일 경남 김해시의 한 제재소를 찾아가 십자가를 만들기 위한 목재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재소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김 씨가 직접 차량을 몰고 와 재료를 실었다”고 진술했다. 14일 오전에는 문경 시내 한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했다. 이어 이날 정오에는 상주 시내 이안우체국에 들러 통장을 해지하고 908만5000원을 인출했다. 이 중 900만 원은 친형에게 송금하고 나머지 금액은 우체국 안에 있는 불우이웃돕기 성금함에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김 씨는 지난달 3일 창원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거울 플래시 등 장비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에는 인터넷 검색에 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갤럭시탭을, 14일에는 휴대전화를 각각 해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지난 한 달간 집중적으로 주변을 정리한 것 같다”며 “하지만 자살로 단정할 수 없어 김 씨의 통화 내용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씨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전직 목사 주모 씨(53)는 6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2회에 걸쳐 목격담과 심정을 공개했다. 그는 이날 오전 1시경에 올린 ‘십자가에 달린 사람을 만나게 된 경위’라는 제목의 글에서 “신원을 빨리 파악하게 경찰을 도와줄 마음에 김 씨가 사이트 회원임을 밝혔는데 사건이 복잡해졌다”고 적었다. 또 “그가 그렇게 행하도록 한 그 어떤 것이 무엇인지 진정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주 씨의 인터넷 카페에는 ‘성경의 핵심은 부활이고 이곳 글의 주요 핵심은 예수를 통한 부활의 내용을 말한다’라고 돼 있다.
주 씨는 5일 밤 동아일보 기자에게 “우연치고는 정말 묘하다”며 “첫 대면 때 김 씨를 좀 더 진지하게 대했더라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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