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목격자 행세 도둑 “검은 잠바가 수상”… 경찰 “당신이잖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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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cm 정도의 키에 검은색 잠바 주머니 안에 뭔가 있는 것 같아요. 두리번거리면서 주변 빌라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지난달 31일 오후 2시 17분 서울 112신고센터에 광진구 구의동 이모 씨(30)의 신고전화가 걸려 왔다. 현장 근처에는 몇 달 전부터 인근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빈집털이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광진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잠복 중이었다. 즉시 현장으로 간 경찰은 이 씨와 함께 30분 넘게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비슷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방범용 폐쇄회로(CC)TV에도 이 씨가 목격했다는 시간과 장소에 나타난 비슷한 행색을 한 사람은 이 씨 말고는 없었다.

경찰은 이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겨 임의 동행해 경찰서로 데려왔다. 앞선 범행현장에 남아 있던 유일한 흔적인 범인의 발자국을 이 씨의 신발과 맞춰 보니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 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이 씨는 전날 인근에서 수사 중이던 경찰이 우연히 자신을 불심검문한 것에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다음 날에도 경찰이 인근에서 잠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허위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경찰이 CCTV로 인상착의를 완벽히 파악한 것으로 착각해 자신이 범행할 때 입었던 복장을 그대로 신고하며 자신은 제보자인 척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는 빈집을 털러 들어갔다가 먼저 온 도둑이 있어 놀라 도망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37차례에 걸쳐 5000만 원을 훔친 혐의(절도)로 이 씨를 3일 구속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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