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빚에 몰린 차남, 재산 노려 어머니-형 살해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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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母子실종사건… 차남 영장 신청

“이곳에서 발견” 경찰이 인천 모자(母子) 실종사건의 어머니인 김모 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강원 정선군 신동읍 가사리의 한 야산에서 23일 오전 수색작업을 한 끝에 발견했다(왼쪽 사진). 인천 남부경찰서 윤정기 형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옷가지와 치아 기록 등으로 미루어 발견된 시신은 어머니인 김 씨”라며 “유력한 살해 용의자인 차남 정모 씨는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구속했다”고 밝혔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곳에서 발견” 경찰이 인천 모자(母子) 실종사건의 어머니인 김모 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강원 정선군 신동읍 가사리의 한 야산에서 23일 오전 수색작업을 한 끝에 발견했다(왼쪽 사진). 인천 남부경찰서 윤정기 형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옷가지와 치아 기록 등으로 미루어 발견된 시신은 어머니인 김 씨”라며 “유력한 살해 용의자인 차남 정모 씨는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구속했다”고 밝혔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인천에서 실종된 50대 여성과 큰아들은 도박 빚에 시달리던 둘째 아들이 재산을 노리고 살해한 뒤 야산에 버린 것으로 보인다.

23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22일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체포한 정모 씨(29)의 부인(29)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지난달 14일 시가에 있던 남편이 휴대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형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통화를 한 지난달 14일은 정 씨의 어머니 김모 씨(58)와 형(32)이 실종된 다음 날이다.

정 씨의 부인은 “평소 부부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남편이 이날 ‘바람이나 쐬러 여행을 다녀오자’고 제안해 오후 2시 둘이서 아주버니 명의의 승용차를 타고 경북 울진군과 충북 제천시, 강원 정선군 등을 거쳐 다음 날인 15일 오전 인천에 되돌아왔다”고 진술했다.

정 씨의 부인은 “차를 탄 뒤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어 상황을 잘 모른다”며 “다만 경북 울진군의 한 협곡과 강원 정선군의 야산 부근에 승용차를 세운 남편이 2∼3시간 동안 어디론가 갔다가 되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23일 오전 정 씨의 부인과 강원 정선군 신동읍 가사리의 한 야산을 수색해 시신 1구를 발견했다. 시신은 비닐에 담겨 청테이프로 칭칭 감긴 뒤 이불에 덮여 있었으며 그 위에 나뭇잎 등이 얹혀 있었다. 경찰은 시신의 치아 모양과 실종된 김 씨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치아 기록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시신 주변에서 김 씨가 평소 들고 다닌 것으로 보이는 가방도 발견했다.

지난달 22일 경찰에 긴급 체포됐을 당시 정 씨는 “8월 13∼15일에 인천 남구 용현동 어머니 집에서 생활했다”고 주장했으나 부인이 남편과 함께 경북과 강원 일대를 다녀왔다고 진술함에 따라 거짓임이 드러났다.

경찰은 부인의 진술을 확보하기 이전에도 이미 △모자가 실종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0일 정 씨가 면장갑 2개와 청테이프 4개를 산 뒤 그 다음 날 세정제를 다량으로 구입했으며 △“모친 김 씨가 ‘둘째 아들이 5000만∼1억 원을 요구하는데 주지 않으면 날 죽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 김 씨 지인들의 증언 등 정 씨의 범행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증거들을 여럿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의 추궁에도 정 씨는 범죄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정 씨의 자백이 없어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의 친척들은 김 씨가 2011년 둘째 아들 정 씨가 결혼할 때 1억 원을 들여 사준 빌라를 정 씨가 최근 몰래 팔면서 관계가 나빠졌다고 진술했다. 또 10억 원대 건물을 소유한 어머니 김 씨에게 정 씨가 돈을 요구해 다투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는 김 씨 이웃들의 진술도 나왔다.

경찰 조사 결과 퀵서비스 배달원인 정 씨는 1월부터 정선 카지노를 32차례나 드나들며 8000만 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 씨는 최근 친구들에게도 생활고를 이유로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8시 반경 인천 남구 용현동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현금 20만 원을 인출한 뒤 사라졌다. 김 씨와 같은 집에서 살던 큰아들도 같은 날 오후 7시 40분경 친구와의 전화통화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 모자 실종#인천모자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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