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자영업체를 운영하는 노총각 A 씨(41)는 2012년 12월 지인을 통해 박모 씨(35·여)를 만났다. 귀여운 외모에 상냥한 말투로 자신을 대해준 박 씨가 마음에 들었던 A 씨는 만남을 계속하며 사랑에 빠졌다.
지난해 3월 A 씨는 박 씨에게 "아이를 가졌다"는 고백을 들었다. 다음날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나온 박 씨는 기다리던 A 씨에게 미리 준비한 다른 임신부의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2002년 남편(40)과 결혼해 초등학생 딸(10)을 두고 있는 유부녀였다. A 씨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고백도 거짓이었다.
기쁨에 들뜬 A 씨는 박 씨와 같은 해 6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상견례를 가졌다. 박 씨는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인터넷 역할대행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을 친정 부모로 내세워 상견례에서 소개했다. 그 뒤 박 씨는 "신혼살림을 차릴 아파트를 서울에 분양받았다"며 A 씨에게 중도금과 결혼식 준비자금 등의 명목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1억4000여만 원을 은행계좌로 받아 자신의 빚을 갚는데 썼다.
박 씨는 역할대행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 하객 40여 명에게 일당을 주고 끌어 모아 결혼식도 성대하게 올렸다. 대신 박 씨는 A 씨에게 "친언니가 정신병을 앓고 있어 어린 조카가 유학을 떠날 때까지 돌봐줘야 하니 신혼여행과 동거는 당분간 미루자"고 설득했다.
언니와 조카를 생각하는 박 씨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 A 씨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생활비로 쓰라고 건넸다. 하지만 신혼살림을 차릴 아파트를 보여주기를 계속 미루는 박 씨의 태도를 수상하게 여긴 A 씨가 같은 해 9월 언니와 함께 산다는 집에 들이닥치며 추궁하자 모든 범행은 들통이 났다.
A 씨는 휴대전화를 꺼버린 채 딸과 함께 종적을 감춘 박 씨에게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찾아다녔으나 결국 포기하고 지난달 박 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박 씨를 붙잡아 14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를 검거한 뒤 범죄 전력을 조회해보니 A 씨와 만나기 전에 이미 다른 남성 2명과 결혼을 전제로 사귀다가 돈을 가로 챈 혐의로 기소 중지된 상태였다"며 "순진한 노총각 3명이 유부녀 꽃뱀에게 농락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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