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성향이 있는 30대 무직자가 할머니, 아버지, 큰어머니 등 친족 4명을 포함해 5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져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일본 남단 가고시마(鹿兒島)현 히오키(日置)시의 한적한 시골 마을 주택에서 3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6일 오후. 경찰은 “동생 안부를 확인하러 간 부인과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이 집을 방문했다가 시신들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그날 저녁 인근에 사는 이와쿠라 도모히로(巖倉知廣·38) 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집에 있던 시신은 용의자의 큰어머니(69)와 그 언니(72), 그리고 주민(47)이었다. 집주인인 할머니(89)와 아버지(68)의 시신은 사건 발생 현장에서 400m 떨어진 산속에서 매장된 채로 발견됐다.
용의자는 경찰에서 “할머니와 아버지가 평소 시끄럽게 해서 며칠 전 목을 졸라 죽였다”고 진술했다. 또한 살해 후 차로 시신을 옮겨 산속 공터에 묻었다고 털어놨다. 안부를 물으러 찾아온 큰어머니 등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선 피해 사실이 들통날까 봐 목 졸라 살해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부품 공장 등에서 일하는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어느 한곳에 터를 잡지 못했다. 1년가량 육상자위대 주둔지에서 일하기도 했다. 조용했지만 욱하는 성격도 있었다고 한다.
부모가 이혼한 후 어머니와 지내다 몇 년 전 할머니 소유 주택으로 이사 왔다. 친척들은 “히키코모리 경향을 보이며 밖에 잘 나오지 않았다. 일도 하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할머니가 “손자가 집에 틀어박혀만 있는다”며 자주 손자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슈퍼에서 일해 받은 돈으로 모친을 간호하고 아들 용돈도 줘왔다.
그런데 아버지가 며칠 동안 계속 결근하자 6일 정오 슈퍼에서 큰아버지(70)에게 연락했고, 큰아버지는 부인에게 집으로 찾아가 안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부인의 언니가 동행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두 시간 만에 부인도 연락이 끊기자 큰아버지는 이웃 주민에게 안부 확인을 부탁했는데 불과 30분 후 이웃 주민조차 연락이 끊겼다. 불길한 예감이 든 큰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가족에 대한 불만을 범행 동기로 보고 9일 오후 용의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또 구체적인 살해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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