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자전거와 달리기 코스에서 벗어난 호숫가에 있어 조용하고 인적도 드물다. 또 수련, 부레옥잠, 갈대 등 수생식물 80여종과 꿩의비름, 분홍바늘꽃, 매듭풀 등 100여종의 자생식물이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숲을 지나면 호숫가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 반대편의 전경이 시원하게 들어올 뿐 아니라 해질녘 물에 비치는 낙조가 제법 운치 있게 보인다.
몰개, 끄리, 참붕어, 가물치, 쏘가리, 동자개 등 물고기들이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전망대를 한번 찾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집에서 자전거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자연학습원을 둘러보고 전망대에 앉아 생각을 정리한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반대편 폭포광장까지 달린 뒤 잠시 숨을 돌린다.
이동하는 동안 자전거에 녹음기를 달고 ‘뽕짝’을 트는 할아버지, 늘 목에 스카프를 매고 자전거를 타는 할머니, 각종 안전장구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40대 등 공원을 누비는 낯익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저마다의 개성과 인생의 멋을 느끼곤 한다.
그는 마무리가 한창인 8번째 시나리오 ‘비단구두’에 호수공원을 개성 있게 즐기는 특징적인 몇몇 시민의 캐릭터를 반영하기도 했다. 연말 개봉을 목표로 8월 중에 촬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들려는 그는 늘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최근 호수공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원에서 자전거로 20분 거리인 풍동 카페촌 내 ‘등촌 김철 샤브샤브 칼국수’(031-903-6110)에서 가족과 함께 ‘된장 샤브샤브’를 저렴하게 배불리 먹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다.
호수공원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200년 된 회화나무 앞 벤치에서 캔 음료를 마시며 땀을 식힌다.
“이렇게 한바퀴 돌고 나면 머리도, 몸도 가벼워지고 막혀 있던 시나리오의 물꼬도 확 트인다니까. 어이, 이 기자도 기사 안 써지면 호수공원 한바퀴 돌아봐요. 내 말이 정말인가, 거짓말인가.”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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