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쟁점]강남순환고속도로 건설

  • 입력 2003년 3월 2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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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공사비가 2조6000억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을 놓고 이를 강행하려는 서울시와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모임 등 29개 단체로 이뤄진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시 관계자들과 2시간반 동안 격렬한 토론을 벌였으나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강남순환로〓성산대교 남단∼안양천교∼강남구 일원동 수서IC를 잇는 34.8㎞의 ‘ㄴ’자형 도로. 2008년 말까지 도로가 완공되면 기존 동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와 맞닿아 서울 도심을 에워싸는 환상형 도로가 만들어진다.

성산대교 남단∼안양천교의 남북구간(11.9㎞)은 전체의 반 이상을 지하화하기 위해 현재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안양천교∼수서IC의 동서구간(22.9㎞)은 환경영향평가만 남겨둔 상태.

동서구간 금천구 시흥동∼서초구 우면동 12.4㎞와 남북구간 대부분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유료도로로 만든다.

▽“원점에서 재검토”〓공대위는 강남순환로가 관악산 우면산 등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교통난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건설계획 백지화를 주장했다.

공대위 공동대표인 심재옥(沈載玉) 시의원은 “대중교통 활성화를 표방하는 이명박(李明博) 시장이 서울시의 교통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의 뜻을 묻자”고 제의했다.

심 의원은 또 “34.8㎞ 전체 노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나 기술적 타당성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것은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공대위는 유럽의 몽블랑터널(프랑스 동부∼이탈리아 북부간 11.6㎞)에는 37개의 비상대피소와 116개의 연기배출구가 있다며 강남순환로의 지하터널 구간 안전대책을 따졌다.

▽“계획대로 간다”〓시는 1992년 계획을 구상한 이래 10여년간 여론을 수렴했기 때문에 백지화할 수 없다는 입장.

최재범(崔載範) 행정2부시장은 “강남순환로 건설계획은 시의회 심의와 각종 감사를 통과했고 이미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만큼 타당성 검토는 끝난 상태”라며 “다시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김영걸(金永杰) 시 건설기획국장도 “도심을 둘러싼 환상형 도로가 교통흐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외국 대도시에서 이미 검증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는 강남순환로 동서구간에 대해 환경부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시공계약을 한 2개 공구 및 민자구간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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