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성남 고양 부천 안산 안양 등 인구가 50만명이 넘는 6개시는 올해 안에 중앙정부에 지정시 도입을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경기도도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는 용인시 등 다른 시로 이 같은 요구가 들불처럼 번질 수 있어 ‘도는 껍데기만 남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정시란=일반시와 광역시의 중간 개념. 광역시처럼 모든 행정이 도와 분리되지는 않지만 도지사의 권한이 상당 부분 지정시의 시장에게 위임된다.
위임사무에 대해서는 도가 아닌 담당 중앙부처의 감독을 받게 되며 구(區)를 설치하는 등 행정개편도 시장이 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세 배정 등에서 도와 대등한 위치에 놓여 예산수입이 크게 늘어난다.
행정체계가 한국과 비슷한 일본은 1956년 지정시를 도입했다. 현재 일본의 지정시는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교토(京都) 등 13곳.
1992년 지정시가 된 지바(千葉)시는 지정시 이전보다 예산수입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가장 최근인 올 4월 지정시가 된 사이타마(埼玉)시는 법령에 정해진 8개 분야 331개 사무 외에도 현의 감독을 받던 147개 사무를 추가로 이양받았다.
▽“시(市)라고 다 같은 시가 아니다”=4월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회장 원혜영·부천시장)가 구성되면서 지정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인구가 50만명이 넘는 전국의 11개 도시 가운데 경기도의 6개시를 비롯해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 경북 포항 등 9개시가 이 협의회에 가입했다.
협의회는 6월 행정자치부 장관과 국회의원 국무총리를 만나 지정시 도입을 건의한 데 이어 7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지정시 도입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안 등의 연구를 의뢰했다.
협의회는 광역시에 버금가는 행정수요를 지금과 같은 일반시의 조직과 예산으론 따라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원시와 울산은 인구 등 도시 현황이 비슷하지만 공무원 수는 2050명과 4536명으로 배나 차이가 난다. 협의회는 용역 결과가 나오는 9월 공청회를 거쳐 중앙정부에 지정시 도입을 정식 건의할 계획이다.
▽껍데기만 남는다?=경기도의 공식 입장은 ‘긍정 검토’다. 지금의 관례대로 인구 100만명 이상인 시가 광역시로 독립하는 것보다는 권한을 대폭 위임하더라도 지정시로 남아 있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정시 대부분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는 것. 6개시 이외에도 용인시의 인구가 올해 50만명을 넘어섰다. 택지개발이 봇물을 이루는 남양주와 평택 파주 등도 지금 추세대로라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지정시의 요건을 갖출 수 있다.
도 관계자는 “지정시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다른 시군에 미치는 영향과 1000년 동안 내려온 경기도의 동일체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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