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쟁점]애완동물 등록제 입법추진 논란

  • 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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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평소 개를 무서워하는 채모씨(28·여·회사원)는 최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거리를 걷다가 목줄을 하지 않은 시추종 개 한 마리가 자신을 쫓아오는 바람에 혼비백산했다. 채씨는 인근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가 개 주인이 개를 데리고 사라질 때까지 숨어 있어야 했다.

○사례2=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사는 정모씨(32·회사원)는 얼마 전 옆집에 사는 대학생이 키우는 개 짖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결국 찾아가 한밤중에 대판 싸움을 벌였다. 경찰서로 가자는 이야기까지 오갔으나 정씨는 나중에야 경찰서에 가봤자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사는 건물은 공동주택관리규약을 만들지 않았으며 입주자들의 약속인 관리규약 외에는 공동주택에서 애완동물을 규제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민원 빈발=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애완동물 사육으로 인한 문제는 △소음과 악취로 인한 이웃간 분쟁 △애완동물로 전파되는 광견병, 기생충으로 인한 공중보건 △버려지는 동물 등 동물학대 △고양이과 동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이다.

극단적인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울산의 어린이집에서 한 원생이 알래스칸맬러뮤트 종의 개에게 물려 숨졌다. 상해에 그치는 사고는 이보다 더 많다.

더 심각한 것은 공중보건 문제. 상래홍(尙來弘) 서울시수의사회 회장은 “애완동물 관련법이 없기 때문에 광견병 등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전염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동물을 버리는 행위도 마땅히 규제할 만한 법이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애완동물 사육과 유통에 관한 규제는커녕 무엇이 애완동물인지에 대한 정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등록제 입법 논란=애완동물 입법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입법의 전제조건인 애완동물 사육가정 등록제를 실시하는 데 난관이 많기 때문.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에 대한 성대 제거수술 요구와 애완동물 출입금지 구역 문제를 놓고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 간에 이견이 팽팽하다.

관련 연구를 맡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유기영(劉基榮) 연구위원은 △애완동물 판매업소 등록제 △애완동물 소유자 등록제 △출입규제지역 지정 △예방접종 시행 △동물 사체 및 유기동물 처리 체계 도입을 법안에 포함시킬 것을 제시했다.

특히 개고기를 먹는 한국 문화에서 애완견과 식육견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농림부 축산방역과 김규억(金奎億) 사무관은 “등록제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준비기간이나 예산이 엄청나게 들 것”이라며 “일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장경환(張京煥) 농수산유통과장은 “서울시 자체적으로 애완동물 관리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 농림부에 입법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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