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화장실이야 문화공간이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입구에 위치한 반딧불이 화장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바닥도 흙먼지 하나 없이 말끔하다. 더러운 신발로 그냥 들어서기에 민망할 정도. 벽에는 반딧불이 사진들과 화성(華城) 문화재 사진들이 걸려있고 창 밖으로 광교저수지 풍경까지 볼 수 있다.
화장실 출입구 밖 20여평의 공간은 등산객들이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공간. 등산로 입구에 위치해 평일에 500여명, 주말엔 1000여명이 이용한다.
등산객 최진호씨(47·수원시 장안구 정자동)는 “공중 화장실이 내 집 화장실보다 깨끗하다”며 “이용할 때마다 마음까지 상쾌해진다”고 말했다.
화장실이 이처럼 깨끗한 것은 청소를 담당하는 공공근로자들이 있기 때문. 정화자씨(49·여)는 “오전 5시반부터 오후 10시반까지 5명이 교대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더럽혀질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조대왕의 숨결이 느껴지는 화성과 효(孝)의 도시, 푸짐한 양념갈비 등은 수원시하면 떠오르는 것들. 여기에 몇 해 전부터 아름다운 화장실이 보태졌다.
수원시에는 이 같은 이색 화장실이 35곳이나 있다.
광교산 버스종점에 위치한 다슬기 화장실은 개나리를 연상시키는 노란빛과 연한 오렌지색의 외관이 고급 별장을 연상시킨다. 내부 벽면에 목재를 사용해 포근함을 더해주고 창 밖으로는 광교산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화성 장안문(長安門) 인근 장안공원 화장실은 관광코스로 지정돼 외국인과 관광객이 둘러보는 곳. 성곽과의 조화를 고려해 전통한옥 양식으로 건축됐으며 1999년 월드컵문화시민중앙협의회가 주관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특별상을 받았다. 내부에 냉난방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바닥에 대리석이 깔려 있다.
팔달구 우만동 아주대 주변에 위치한 솔밭산 화장실은 올해 아름다운화장실 최우수상을 수상한 곳. 화장실과 이어진 매점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어 공중화장실의 효율적인 유지관리 모델로 꼽힌다.
이처럼 수원시가 아름다운 화장실의 대명사가 된 것은 월드컵을 대비해 1997년부터 공중 화장실 문화 개선운동을 펼쳤기 때문. 교수 미술가 건축가 등을 초빙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심포지엄을 열었고 35개 화장실을 짓는데 54억원을 투자했다.
수원시는 이와 함께 음식점 등 다중이용 화장실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매달 ‘으뜸화장실 콘테스트’를 열고 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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