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명물]의정부찌개 거리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04분


부대찌개가 명물인 경기 의정부시 ‘명물 의정부 찌개거리’ 입구에 아치형 간판이 설치돼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부대찌개가 명물인 경기 의정부시 ‘명물 의정부 찌개거리’ 입구에 아치형 간판이 설치돼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기 의정부시 하면 미군부대와 도심 교통난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이곳에도 ‘명물’이 있다. 이름부터 ‘명물 의정부찌개거리’인 부대찌개 전문식당 밀집 거리가 그것.

의정부시 의정부 1동 옛 양주군청 옆에 형성된 이 거리는 40여년 전 업소가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부대찌개만 전문으로 파는 식당이 20여곳에 이른다.

이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 알려진 ‘오뎅식당’은 부대찌개의 대명사로 본보 연재만화 ‘식객(食客)’에도 소개됐다.

소시지와 햄을 주재료로 하면서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와 고추장을 적당한 비율로 섞는 것이 맛의 비결.

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 같지만 이 비율과 손맛에 따라 이곳 명물찌개거리 식당들도 집마다 맛이 다르다.

젊은층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치즈를 듬뿍 사용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떡, 고기, 당면 등 저마다 입맛을 돋우는 사리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옛날 방식 그대로 소시지 햄 김치 이외에는 별다른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집도 있다.

업소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몇몇 업소는 단체 손님을 받기 위해 2층 건물을 신축하고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는 등 서비스 개선에도 상당한 노력을 쏟고 있다.

부대찌개 가격은 1인분에 6000원으로 일반인이 한 끼 식사로 즐기기에 별로 부담이 없다.

특히 겨울철에는 테이블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찌개 탓에 업소 유리창마다 뿌옇게 김이 서려 있는 풍경이 정겹다며 이곳을 찾는 오랜 단골도 많다.

이 거리 업소들이 굳이 부대찌개라는 이름 대신 ‘명물 의정부찌개’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것은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어려웠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이라 그 자체가 명물이라는 인식이 손님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오래 전 위생 관념이 부족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식자재를 사용했을 때 유래된 부대찌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그래서 거리 입구에 대형 아치를 설치하고 대외적으로도 명물찌개거리라는 이름을 홍보하고 있다.

명물 의정부찌개거리 번영회 박평순 회장(59·여)은 “식당들이 적어도 20년 이상 부대찌개로만 승부해온 곳이어서 맛으로는 명물찌개거리를 따라올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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