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스마일 먼데이]無노사분규 20년 인천 제일곡산

가축용 사료를 생산하는 제일곡산 장용주 이사(왼쪽)와 조석현 노조 사무장이 노사협의회에 들어가기 전 공장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황금천기자

《“서로 믿고 대화를 하다 보면 다 풀리게 돼 있습니다. 파업 같은 것 왜 합니까?” 인천 중구 항동7가에 있는 제일곡산㈜은 1983년 노동조합이 결성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노사분규도 발생하지 않았다.》

90명의 직원이 ‘천하제일’이라는 브랜드로 가축용 사료를 생산하며 매년 8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 회사는 ‘터놓고 이야기합시다’라는 노사(勞使)간 대화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노조에서 대화를 요구하면 회사측은 언제든지 응하고 있으며 노사 양측 대표로 구성된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수렴한다.

또 회사는 매월 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실적 설명회를 열어 회사의 월 매출액과 수익금, 외상 매입금 현황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노조가 결성된 때부터 회계감사와 사무장 등을 맡고 있는 조석현씨(45)는 임원들을 만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다.

임금인상 등과 관련한 노사협상도 별도의 테이블이 아니라 점심시간에 구내식당 등에서 식사를 하며 합의점을 도출한다.

“회사가 문을 닫아 일터가 없어진다면 노조가 무슨 소용이 있나요?”

이 같은 상생(相生)의 노사문화가 정착된 것은 분규가 발생해 사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고객인 축산농가가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회사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된다는 생각을 노사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인 옥수수 등을 수입하는 사료업계에 외환위기 한파가 몰아쳤을 때 노조는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의 지급을 미루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노조의 협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넘기자 회사측은 체불된 상여금과 수당을 모두 지급했고 경영이 정상화된 1999년부터 650% 내외의 특별상여금을 주고 있다. 노조는 또 2001년 10월 자발적으로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하기도 했다.

노조가 회사에 협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직과는 달리 현장 근로자에게 일급제를 적용해 직원끼리 갈등을 빚자 노사협의회에서 대화를 통해 전 사원 월급제를 관철시켰다.

또 생산직 근로자에게도 직위를 부여해 수당을 주고 있으며 기성(부장 직급에 해당)까지 진급할 수 있도록 했다.

조씨는 “회사가 설립된 이래 해고된 직원이 단 한명도 없다”며 “모든 직원이 ‘회사와 운명을 함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1년 12월 신노사문화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인 노동부장관상을 받았다. 조씨는 7월1일 열리는 인천상공회의소 창립 118주년 기념식에서 노사협조부문 인천상공대상을 받는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