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전철 역 주변과 길거리에 흉물스럽게 나붙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불법 광고물과 현수막 등이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2001년 9월부터 부천시가 운영하고 있는 ‘부천시니어클럽’ 소속 노인들이 거리의 파수꾼으로 나선 덕분.
“환갑이 넘었다고 손자의 재롱이나 보고 있는 시대는 지났잖아. 주위를 둘러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클럽의 회원은 830명. 모두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로 구성돼 있다.
거리환경 개선활동은 65세 이상 노인들의 모임인 ‘비바 6070’에 소속된 70명이 주로 맡고 있다.
이들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오전 7시면 집을 나선다. 부천역 등 경인전철 5개역과 상동신도시 유흥가 등 10개 지역을 돌며 아무렇게나 붙어있는 불법 스티커와 광고물을 떼어 낸다.
“아침 일찍 모자와 조끼를 차려 입고 집을 나서면 젊었을 때 회사에 출근하는 기분이 들어 발걸음이 여간 가벼운 게 아니야. 또 노동의 대가로 약간의 수당도 받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니겠어?”
클럽에서 운영하는 ‘손자사랑’은 동화 구연 교육을 받은 55세 이상 할머니들의 모임이다.
부천에 있는 장애아수용시설인 혜림원과 유치원 등을 찾아 매주 한차례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준다.
전직 교사나 공무원 생활을 했던 60, 70대의 노인 6명으로 올 6월 구성된 ‘금슬주례단’의 활동도 눈에 띤다.
주례사 작성 요령과 주례자의 마음가짐, 결혼의식 절차 등에 대해 교육을 받은 베테랑들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신혼부부에게는 무료로 주례를 서준다. 12월에는 결혼식을 올린 뒤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모범 부부를 선정해 시상도 할 계획이다.
시니어클럽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취업교육도 실시한다.
원미구에 있는 원미노인복지센터에서 전문 강사를 초빙해 아이 돌보기, 경비 업무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뒤 일자리를 연결해 주고 있다. 최근까지 350명의 노인이 이 곳을 통해 새 일자리를 찾았다.
부천시니어클럽의 회장인 강문희 할아버지(71)는 “할 일이 없다는 것보다 노인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여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돌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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