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자동판매기]동전만 있으면 OK

  • 입력 1999년 1월 13일 19시 18분


24시간 무인 작동 자동판매기. 동전만 있으면 거칠 것이 없다. 깜깜한 밤거리의 골목길이나 새벽의 지하철역 구내, 휴일의 공원 등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다. 컴퓨터처럼 점차 우리 생활속에 친구처럼 파고 들며 이제는 도시의 한 부분 처럼 인식된다.

국내 자판기는 30여만대(추산). 자판기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6백여만대에는 7%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그 취급 물품의 다양함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커피 캔음료는 물론 라면 우동 계란프라이 풍선 감자튀김 냉동식품 쌀 피자 CD 복권 꽃 책 성인용 성(性)기구 등 1백여종이나 된다. 최근엔 혈중 알코올농도를 재는 음주측정자판기도 등장했다.

최근 각광을 받는 것은 스티커사진 자판기. 지난 한해 5천대 가까이 보급될 만큼 인기다. 전국적으로 스티커사진 자판기 매장이 5백곳을 넘어섰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커피 자판기. 전체 자판기 매출의 70%를 점유한다. 업계에 따르면 커피자판기의 손익분기점은 하루 16잔(2백원 기준). 재료 및 관리비, 감가상각비를 포함한 자판기 하루운영비 3천2백원을 토대로 한 계산이다. 하루 1백잔을 팔 경우 한달 수입은 50만4천원이며 10대를 운영하면 월수입이 5백만원이나 된다.

문제는 자판기 위치. 대학캠퍼스가 최고의 요지다. 대학 구내 커피자판기 20∼30대에서 판매되는 커피는 1년에 수십만∼1백만잔으로 추정되고 있다. 97년까지만 해도 대학가의 자판기 커피값은 1백원. 15년 가까이 유지돼온 이 가격이 IMF관리체제로 50원 인상됐다. 전량수입되는 커피 원가 상승으로 인한 것이었다.

자판기 전체 시장도 IMF파고에 휩쓸리기는 마찬가지다. 97년 2천억원에 달하던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1천3백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커피 자판기수익도 반으로 줄었다고 서울시 자동판매기 판매업협동조합측은 밝혔다.

자판기 운영업자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기계 파손. 기계를 부수고 동전을 빼가는 경우에는 기껏 털려봐야 2만, 3만원이지만 수리비는 10배 이상 든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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