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PC통신 게임방「클릭 삼매경」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45분


‘독서실인가?’

홀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혼란에 빠진다. 칸칸이 나누어진 책상. ‘삼매경(三昧境)’에 빠져 정신없이 손을 놀려대는 사람들….

책상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놓인 걸로 봐선 독서실은 아니다. 화면 곳곳을 헤집고 다니는 눈동자. 마우스를 쥔 손은 ‘클릭’ ‘클릭’으로 쉴새가 없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의 PC통신 게임방 ‘메카 넷 월드’의 오후 5시경 풍경이다.

게임에 열중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20대 초나 중반. 간혹 고등학생이나 30대도 보인다. 외국인들도 있다.

“배틀 넷(Battle Net)에 들어와, 한판 붙어보자구.”

대학교 학군단 복장의 한 대학생이 후배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배틀 넷은 PC통신 게임 ‘스타 크래프트’의 사이버 전투공간을 지칭하는 말.

게임방의 모든 컴퓨터는 근거리통신망으로 연결돼 있다. 또 이들 컴퓨터는 한국통신이나 아이네트 등이 제공하는 인터넷 전용선을 사용한다. 게임방에선 전세계 인터넷이 깔린 지역의 누구와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학교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부터 4시간 가량은 게임에만 열중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예요. 하지만 오전이나 밤늦은 시간엔 레포트를 작성하는 대학생이나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찾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메카 넷 월드를 운영하는 이정석(李廷石·45)씨의 말이다.

게임방이 처음 등장한 것은 97년 말.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지던 것이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내의 상가에까지 ‘침투’해 지금은 전국에 2천5백여개가 성업중이다.

비용은 대개 시간당 1천5백원. 시간당 1천원을 받는 곳도 있다.

게임방은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다. 따라서 심야에 청소년들이 음침한 방에서 인터넷상의 음란물에 빠지도록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의식해 밝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모토로 내건 게임방들이 등장하고 있다.

7일 문을 연 서울 송파구 둔촌동 ‘아이 스테이션’도 그 중 하나. 은은한 금빛 조명에 넓은 여유공간으로 안락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이명구(李明九·24)씨는 “건전하게 운영되는 게임방은 청소년 정보화교육의 시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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