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길거리 간식, 유행 빨라요』

  • 입력 1999년 6월 30일 20시 00분


감자 핫도그→ 와플 즉석구이→ 초코 바나나→ 계란 오방떡→미니 피자→ 과일잔치….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서울 등 수도권 도심 노점에서 인기를 끌며 변천해온 먹을거리들이다.

도심 노점의 먹을거리는 ‘변덕스러운’ 신세대들의 입맛을 좇아 수시로 변한다. 심지어 노점상들 사이에선 “파리의 의상 패션보다 유행이 더 빨리 변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

요즘 서울 종로구 종로2, 3가 등 도심의 노점상을 장악해 가고 있는 먹을거리는 과일류.

이 중에서도 4월 말 등장하기 시작한 ‘과일잔치’가 단연 선두다. 수박 키위 방울토마토 파인애플 등 갖가지 과일을 잘게 썰어 밥공기만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파는 일종의 간식이다.

아이스크림처럼 과일에 막대기를 꽂은 ‘과일바’도 인기다.

종로2가 종로서적 앞에서 ‘과일잔치’를 파는 신현우(申鉉宇·51)씨는 “10∼20대가 주 고객층으로 날씨만 좋으면 하루에 300여개는 판다”고 말했다.

과일류에 앞서 인기를 끌었던 먹을거리는 직경 10㎝ 크기의 ‘미니피자’(1000원).

최근 몇년간의 노점 먹을거리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계란오방떡’. 오방떡이나 붕어빵 속에 팥 대신 계란을 통째로 넣어 익힌 것으로 젊은 여성이나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 사이에서 한끼 식사 대용으로 애용되면서 올 초까지 인기를 누렸다.

노점의 먹을거리는 사회상을 담기도 한다. IMF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핫도그 위에 감자를 가득 붙인 감자핫도그나 와플즉석구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양이 많은 먹을거리가 인기를 끌었었다.

“새로운 군것질거리가 생겨나 반짝경기를 타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계절이나 유행에 상관없이 꾸준히 손님을 끄는 것은 역시 떡볶이나 어묵 순대같은 전통 먹을거리지요.”

종로3가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오경천씨(34)는 변화무쌍한 신세대들의 입맛이 영 못마땅한 눈치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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