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서울 대중교통이용 늘리기 '당근과 채찍'

  • 입력 2003년 6월 9일 20시 04분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라!’

청계천 복원 공사를 앞두고 서울시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계천 복원 기본계획 발표 때부터 교통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었고, 최근 동북부지역 버스노선 개편 등 공사 착공과 함께 시행하려던 핵심대책도 무산돼 승용차 수요를 줄이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대책이기 때문.

이 기회에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버스 이용하세요”=10일부터 동대문운동장, 종로, 을지로 등 4대문 안에 도심순환버스가 운행된다. 요금은 성인 학생 구분 없이 200원.

서울시 버스체계개선반 최진용(崔鎭鏞) 팀장은 “지금의 교통서비스가 도심 외부와 내부의 진출입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도심 내부에서 택시나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혼잡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버스나 지하철로 도심에 진입한 승객들이 최종 목적지까지 도심순환버스를 이용하면 승용차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15일부터 청계천 주변에 무료셔틀버스 3개 노선도 운행된다. 상가 상인과 시민들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새벽까지 활동할 수 있게 해 상권보호와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산이다.

▽도심교통 수요관리=시는 3월부터 도심 4대문 주변의 공영주차장 8곳의 요금을 25∼30% 인상했다. 그 결과 주차장 이용 승용차 대수는 이전보다 10% 정도 감소하고 대당 평균 이용시간은 40분에서 30분으로 줄었다.

이명박(李明博) 시장은 9일 “시 산하 복지·체육시설이나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의 주차장 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기존 주차장도 요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시는 도심 및 주변 지역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실시해 5월에 하루 평균 532건을 적발했다. 단속은 7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또 30대 기업에는 승용차 이용을 줄여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쌍용 금호 대상 등 3개 그룹은 적극 참여를 약속했고 삼성 롯데 신세계 등 14개 그룹도 긍정적이다. 공기업이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金基春) 교통계획과장은 “참여율이 저조하면 주차장 이용제한이나 승용차 부제 운행까지 고려하겠지만 당분간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현재 60.6%인 대중교통 이용률을 2006년까지 75%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승용차 포기냐, 불편 감수냐”=전문가들은 시의 이런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황기연(黃祺淵) 선임연구위원은 “승용차 이용에 따른 비용이 10% 늘어나면 이용률은 5% 줄어든다”며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려면 대중교통 개선 외에 승용차 이용에 대한 규제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의 경우 2년간 버스 중심으로 대중교통 개선작업을 마친 뒤 올 2월부터 승용차에 대해 도심 혼잡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교통량은 20% 이상 줄었다.

교통환경연구원 신부용(愼富鏞) 원장도 “승용차를 이용해 도심으로 출근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승용차 이용이 불편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 기회에 출퇴근 습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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