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주택철거 소음에 밀려나는 영동여고

  • 입력 2004년 2월 13일 18시 24분


서울 송파구 잠실3단지 재건축 철거공사 현장 한복판에 위치한 영동여고. 학교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철거 잔해가 폐허를 연상케 한다.  -이훈구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3단지 재건축 철거공사 현장 한복판에 위치한 영동여고. 학교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철거 잔해가 폐허를 연상케 한다. -이훈구기자
재건축을 위한 철거공사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잠실3동 잠실주공아파트 3단지. 공사현장의 한복판에 영동여고가 있다.

재건축 준공 예정일은 2007년 말. 학교측은 철거 및 재건축 공사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악화된다고 판단해 인근 송파구 문정동의 문정고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정고 건물 사용료 등 이전 비용을 놓고 재건축조합과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그 대신 이전 논란의 와중에 남녀공학으로 바뀌면서 학교 이름이 영동일고로 변경된다.

▽“공사기간에 임시 이전해야”=잠실3단지 주민들이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봄. 주민들이 빠져나가자 아파트 단지는 황폐해졌다. 여름부터 건물 철거가 시작되면서 소음과 먼지로 인해 수업 분위기는 나빠져 갔다.

영동여고는 학기 중 건물 철거를 자제해줄 것을 재건축조합에 요청했고 이에 따라 재건축조합은 방학인 요즘 막바지 철거공사에 여념이 없다. 현재 잠실3단지 철거공사는 마무리 단계.

학교측은 서울시교육청과의 협의를 거쳐 3월 개교 예정인 문정고 건물로 임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건축 공사가 끝나는 2007년까지 문정고의 개교를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사용료 및 이전비용 문제=공립인 문정고는 서울시교육청 소유. 교육청은 “영동여고에 무상으로 임대하고 싶지만 공유재산이므로 무상 임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이 추산한 사용료는 매년 10억원 내외.

영동여고는 재건축조합에 문정고 사용료와 이전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학교 옆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지반 침하로 학교 건물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조합에 신축 비용도 부담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1999년 발표된 서울시 기본계획에 영동여고는 그대로 둔 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문정고 사용료 등 이전 비용에 신축 비용까지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비용 문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학교와 조합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

영동여고는 “이전에 따른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측이 학기 중에 공사를 한다면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남녀공학, 영동일고로 변경=이전 문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2, 3학년(28학급 1000여명)은 현재의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다. 교육청은 올해 신입생을 잠실3단지 근처 학생을 배정하지 않고 문정고 근처 학생을 배정해 문정고 건물에서 수업하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그러나 애초에 문정고가 남녀공학으로 계획돼 있었기 때문에 그 취지를 살려 남학생도 신입생으로 선발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으로 인한 학교 이전 논란의 와중에서 영동여고가 본의 아니게 남녀공학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영동여고의 이름도 새 학기부터 영동일고로 바뀌게 된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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