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거미줄 도로' 신음 의왕시 청계동

  • 입력 2004년 2월 17일 19시 03분


“지역 공동체를 와해시키고 주민의 삶을 황폐화하는 철도와 광역도로는 더 이상 안 된다.”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가 지나가는 경기 의왕시 청계동 주민들이 앞으로 개설 예정인 호남고속철도(복선·11.7km)와 광역도로의 관통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사분오열되는 의왕=현재 이곳을 지나는 광역도로는 과천∼의왕 고속화도로를 포함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국지도 57호선 등 3개. 특히 국지도를 제외한 2개의 광역도로는 교각으로 이뤄져 청계동을 양분하며 관통하고 있다. 청계동사무소를 중심으로 반경 500m내에 높이 30m 이상 되는 교각이 22개나 설치돼 있어 보기에도 아찔한 실정이다.

주민들은 “도로변 농사도 안 되고 먼지 때문에 빨래도 제대로 널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문제는 이 지역에 호남고속철도와 3개의 광역도로가 더 지나갈 예정이라는 것. 호남고속철도와 제2경인연결고속도로(8∼12차로·5.2km), 학의∼분당간 고속화도로(8차로·2.2km)가 그것. 또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의 과천∼학의동 구간(4차로·1.5km)이 확장된다.

이럴 경우 청계동 지역만 높이 30m 이상의 교각이 80여개로 늘어난다.

각종 도로가 집중 교차할 것으로 예상되는 청계동 한직골 마을의 경우 전체 76만5000m² 중 도로 면적만 13%에 가까운 9만8700m²를 차지하게 된다.

주민 김종인씨(45·청계동)는 “청계산과 백운호수 등이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기로 이름 높던 마을이 도로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며 “도로가 개설되면 지역 발전이라도 돼야 하는데 모두 통과도로이기 때문에 소음과 공해만 남을 뿐이다”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 노선 변경하라=특히 주민들은 호남고속철도의 관통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주민들은 서울 강남 수서에서 출발해 경기 화성시 향남에서 다시 경부고속철도과 연결되는 노선 대신 처음부터 경부고속철도 광명역을 이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서∼광명역까지는 경전철을 건설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용철(朴龍哲·54·청계동) 시의원은 “호남고속철은 어차피 화성시 향남에서 경부고속철과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경부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녹지 훼손도 없고 예산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선 변경은 안 될 말”=건설교통부는 의왕시 주민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고속철도의 출발역이나 이미 결정된 노선을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건교부 장대창 고속철도과 서기관은 “고속철도가 광명역에서 출발하면 서울에서 광명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경전철이나 승용차 등을 이용하는 2차 교통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며 “사회 전체적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수서역 출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고속철도 외에 광역도로 노선 변경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의왕시에 노선이 집중된 것은 광역도로 체계상 요충지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의왕=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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