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듯 하지만 막상 다가가려고 하면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이 전통문화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전통의 향기가 가득한 곳,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의 멋을 널리 알리고 계승하기 위해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1997년 세운 곳이다. 이곳을 찾으면 언제든지 각종 전통 공예품이나 민속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전수회관엔 궁시(弓矢) 조각 각자 침선(針線) 악기 갓일 입사(入絲·홈을 파고 금 은 등을 박아 넣는 것) 자수 매듭 등 11종목의 공방이 있다. 각 공방에선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인간문화재들이 직접 전통 공예품을 제작한다. 평소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공예품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교육이 된다.
전수회관의 매력은 감상에 그치지 않고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는 점. 엄숙할 것 같은 인간문화재들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3층의 각자공방에선 한국 최고의 각자장(刻字匠)인 철재 오옥진(吳玉鎭)씨가 매일 제자와 일반인들에게 각자를 가르친다. 이 곳에서 각자를 배우는 사람은 400여명.
9일 이곳에서 만난 주부 김순동(金順東·48·경기 하남시)씨는 각자공방에 거의 매일 나온다.
“각자를 하면 옛 글의 풍류를 익힐 수 있습니다. 글자 하나 하나에 깊은 의미와 예절 법도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되죠.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돼 종종 아들과 함께 옵니다.”
전통 민속놀이 공연과 강습도 이뤄진다. 이곳에 입주한 판소리보존연구회 봉산탈춤보존회 강령탈춤보존회 북청사자놀음보존회 등의 예능단체들이 강습을 맡는다. 삼성동 삼릉초등학교 3학년인 김미래양은 고전무용에 판소리 장구까지 배우고 있다. 김양은 “학교 장기자랑 때 장구를 치고 판소리를 하면 인기 최고”라고 자랑한다.
1층 전시실에는 연중 무휴로 전통 공예품이 전시된다. 14일까지 오옥진씨 제자들의 전시가 계속된다. 글자(혹은 그림)와 나뭇결과 조각도의 흔적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각자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지하 민속극장 ‘풍류’에선 매주 주말 ‘풍류한마당’이란 전통 공연이 열린다. 11일 오후 7시, 12일 오후 4시엔 ‘대를 잇는 예술혼-명인의 후예들’이란 이름으로 인간문화재들이 공연한다. 이애주(李愛珠)의 승무, 안숙선(安淑善)의 가야금병창, 강선영(姜善泳)의 태평무, 정재국(鄭在國)의 피리 정악 등.
전수회관 바로 옆에 위치한 조선 성종의 무덤인 선릉(宣陵)과 중종의 무덤인 정릉(靖陵)도 들러볼 만하다.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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