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기운이 왕성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 강화도에 전통 기법의 건축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80여년 전에 지어진 한옥 저택이 박물관으로 새롭게 단장되고 있으며 강화대교∼초지대교 사이를 흐르는 염하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한옥이 지어지고 있다. 또 솟을대문 툇마루 황토벽 구들 굴뚝 등 옛집 형태를 살린 아담한 살림집들도 강화지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씨(46)도 최근 강화읍 국화저수지가 바라다 보이는 110평 부지에 연면적 20평 규모의 ‘ㄱ자’형 황토주택을 지었다.
그는 앞마당에 조금만 텃밭과 정원을 가꾸고 있으며 지게와 여물통, 가마솥, 솟대, 탈곡기 등 옛 생활소품을 집안 여러 곳에 배치해 놓았다. 그는 가족과 함께 일주일에 한두 차례 이곳을 찾고 있으며 올 때마다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별채 구들방에서 잠을 잔다.
이 집을 설계 시공한 인천 강화군 불은면 오두리의 ‘황토집 마을’ 대표 장기용씨는 “강화산 흙을 주재료로 한 황토집을 지어달라는 주문이 많다”며 “몇 년 사이 강화도에서만 50여채를 건축했다”고 말했다.
초지대교 인근의 불은면 덕성리 1만5000평 부지에 들어선 ‘학사재’는 독특한 건축기법과 빼어난 조경미로 꽤 입소문이 난 상태.
한옥문화원(서울 종로구 원서동)이 1999년 5월부터 2년여 만에 지은 학사재는 안채(50평) 사랑채(30평) 대문채(10평) 등 3동으로 구성돼 있다. 학사재 소유주인 서강대 명예교수이자 독일문화원 강사인 김영덕씨(73)와 그의 동생 제임스 김씨(48·재미 사업가)는 수십억원을 들여 학사재를 문화 명소로 꾸미고 있다.
제임스 김씨는 “야생란 붓꽃 돌단풍 철쭉 등 50여종의 야생화를 심었고 앞으로 50년간 자연미를 최대한 살린 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며 “조만간 민요 소리 뗏목놀음 등 다양한 전통강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옥문화원의 인터넷 홈페이지(www.hanok.org)에는 학사재의 도면, 터 닦기, 기둥과 서까래 조립과정 등을 보여주는 동영상과 한옥 건축 관련 자료가 올라 있다.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2500평 부지에는 연면적 700평 규모의 99칸짜리 한옥이 생활박물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5년 전 이 집을 사들인 나이스코리아 니코의 배상우 사장은 “강화지역의 대상(大商)이 1917년 대청마루와 일본식 회랑(복도)을 절묘하게 배합해 지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배 사장은 이곳을 근대사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개조하기 위해 인천시와 협의 중이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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