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섬 아닌 섬이 하나 있다. 둑을 쌓아 도로가 연결돼 있으므로 그곳은 어쩌면 섬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큰비만 오면 물 속에 잠겨 미루나무 꼭대기만 물 위에 남아 있곤 하던 그곳은 분명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 섬이었다.
섬의 주소는 경기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45만여평의 섬은 바로 인근에 있는 남이섬(13만여평)보다 3배 이상 넓다. 하지만 가평 사람들조차 이 섬의 존재를 잘 모른다.
이 섬은 20여년 전 비로소 이름을 갖게 됐다. 가평군 지명위원회는 ‘자라목’이라고 부르는 야산이 강 건너에서 이 섬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자라섬’이란 이름을 붙여 줬다.
그로부터 또 오랜 세월이 지난 21세기 초입부터 이 섬은 비로소 차츰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생긴 여러 댐 덕분에 더 이상 물 속으로 숨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관광 휴식지로서의 가능성이 타진되기 시작한 것.
물 속에 잠긴다는 점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의 손때를 타지 않아 청정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던 점이 이 섬의 매력으로 떠올랐다.
마침내 자라섬은 세상에 자신을 알리는 첫 신고식을 10일부터 갖게 됐다. 가평군 주최로 이날부터 사흘간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것. 해외 재즈 뮤지션 10여개 팀과 국내 재즈 및 펑키, 솔, 힙합 뮤지션 20여개 팀이 참가한다.
8일 기자가 찾았을 때 섬 주변에는 청둥오리 고니 등이 여유롭게 물가를 누비고 있었다.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훌쩍 자란 미루나무와 갈대숲은 청정 섬에 운치를 더했다.
가평군은 최근 자라섬 곳곳에 약간의 인공미를 가미했다. 야외공연장 주변으로 차가 왕복할 수 있도록 도로를 다졌다. 도로 주변에는 코스모스 100만 포기와 해바라기 5만 포기 등 색색의 꽃나무 수백만 포기를 심어 색깔을 입혔다.
갈대숲 사이로는 연인을 위한 ‘사랑의 미로’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 섬에서 2개월 동안 페스티벌을 준비한 기획사 관계자조차 갈대숲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고 귀띔할 정도다.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곳곳에 파라솔 600여개를 설치해 그늘이 없는 단점을 보완했다. 산책로 주변 곳곳에는 어른 주먹만 한 밤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린 밤나무가 있어 옛 추억을 되살리기에도 제격.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북한강에선 수상축제가 열린다. 연인보트, 고무보트, 바나나보트 등 각종 보트가 준비돼 있어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유료 보트와 달리 뗏목과 열기구는 무료로 탈 수 있다. 수상축제가 열리는 곳의 최고 수심은 2m 정도. 물가에선 어린아이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축제기간 가평 버스터미널에서 행사장까지 셔틀버스가 다닌다. 자라섬에는 1500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다만 주말이면 국도 46호선이 극심한 정체를 빚기 때문에 국도 6호선에서 양수리를 거쳐 국도 45호선으로 갈아탄 뒤, 새터 삼거리를 지나 가평으로 들어오는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섬 안에는 숙박시설이 없어 숙박을 하려면 가평읍의 모텔이나 인근 남이섬의 펜션 또는 민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페스티벌 입장료는 만 7∼17세 7000원, 18세 이상은 1만원. 6세 이하와 KTF 고객은 입장료가 없다. 031-580-2063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공연 일정 | ||
날짜 | 재즈 스테이지 | 파티 스테이지 |
10일오후 | 가평 유스 빅밴드(5시) 믿음의 유산(6시·게스트 조피디) 웨이브(8시·게스트 차은주) 미셸 니콜 퀄텟(9시20분) 젠틀 하트 2004(10시 40분·데쓰오 사쿠라이, 데니스 체임버스, 그렉 하우 출연) | 펑키 투나이트(7시반·커몬 그라운드, 그루브 올스타스 출연) 스무드 필링(11시·자자, 콘크리트 좀비 출연) |
11일오후 | 레이디스 토크(4시) 서울 솔리스트 재즈 오케스트라(5시20분) 디디 잭슨(6시20분) 마이크 스턴 밴드(7시반) 아시안 스피리츠(9시) 컴샤인(10시10분) 하이럼 블록 밴드(11시반·게스트 한상원) | 솔 스테이션(7시반·파워 플라워, 지-플라 출연) 플라이 하이(11시·다이나믹 듀오, 가리온, 에픽 하이 출연) |
12일오후 | 전혜림&프렌즈(4시) 크리스 민 도키 스칸디나비안 트리오(5시20분) 에스뵈욘 스벤손 트리오(6시40분) 코리아 딕시랜드 올스타스(8시) | 코리아 재즈 파워(4시·타워오브 인스피레이션, 레이지 먼데이, 버드 출연) |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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