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문제점]대구지하철 사건 인명피해 왜 컸나

  • 입력 2003년 2월 18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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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으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화함섬유와 플라스틱 등의 연소과정에서 나온 유독가스에 승객들이 질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하 화재에 대한 당국의 허술한 진화체계도 대형 참사의 요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화재 발생 직후 신고를 받은 소방대와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지하 화재 현장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와 열기로 인해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시간은 오전 9시 55분, 그러나 화재 발생 2시간 가까이 인명 구조와 진화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소방대원들은 산소마스크를 쓰고 현장 접근을 시도했으나 현장에서 위로 올라오는 엄청난 열기로 인해 접근에 애를 먹었다. 또 일부 구조대원들과 경찰도 현장에 도착, 방독면을 쓰고 현장 접근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한 것은 전동차내 화학섬유와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의자와 벽체가 불에 탔기 때문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방염처리한 소재로 의자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소방관들은 화재 발생시 승객들이 침착하게 전동차내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 불을 껐더라면 인명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들은 '테러'에 가까운 방화 행위로 전동차에 불이 났을 때 승객들이 침착하게 대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동차내에 소화기가 제대로 비치돼 있었고 정상 작동이 가능했는 지도 의문이다.

승객들은 위급한 순간, 소화기가 눈에 띄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전동차 내 방화장비가 제대로 비치돼 있었는 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방장비의 낙후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날 소방당국은 공기주입 호스를 이용, 지하 화재 현장에 공기를 불어넣고 연기를 빼내는 배연차 6대를 동원했다. 그러나 배연차는 지하다방이나 주점 등 실내면적이 좁은 화재때는 효과적이나 지하철 역사 등 면적이 넓은 지하공간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게 소방관계자들의 지적.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배연차를 동원했으나 이번에는 광대한 지하공간에 매연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여서 어떻게 손을 써 볼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화재 발생이후 1시간이나 지나서야 중앙로 일대의 교통을 차단, 늑장 대처라는 지적을 받았다.

<동아일보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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