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가 일어난 반대편의 전동차가 들어오지만 않았다면 인명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는 데다 지하철 직원들의 대처도 재빠르지 못해 사고는 더 확대됐다.
이날 오전 9시51분경 반월당역을 출발한 1079호 전동차(기관사 최정환·34)는 오전 9시53분35초 비극의 현장인 중앙로역으로 들어섰다.
전동차의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내리고 타는 사이 방화로 5호 객차에서 불이 났고 객실 안이 순간적으로 아수라장이 됐지만 기관사 최씨는 1호차 운전석에 있었기 때문에 뒤에서 일어난 심각한 상황을 즉시 알아차리지 못해 승객들에게 대피하라는 방송을 내보지 못했다.
지하철공사 본부에 있는 운전사령실은 반대편으로 들어오는 차량이 이전 역인 대구역을 출발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지만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앞 역인 대구역에 도착한 1080호 전동차(기관사 최상열·39)는 아무런 경고나 보고를 받지 못한 채 오전 9시56분45초에 중앙로역으로 들어왔다.
이때는 이미 화재가 발생한 지 3분이나 지난 뒤여서 5호 전동차 전체에 불이 번져 유독가스가 역 구내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1080호 기관사 최씨는 자동으로 열린 출입문을 재빨리 닫고 역을 출발하려 했지만 화재로 인해 전력선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면서 전동차는 꼼짝없이 불길 속으로 빠져들었다.
또 이때 양측 전동차의 문이 닫힌 채 열리지 않아 승객들은 전동차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일부 승객들에 의해 수동으로 열린 문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지만 이미 상당수 승객들은 연기에 질식돼 쓰러진 뒤였다.
또 전원이 차단돼도 전동차 내에 있는 비상배터리로 객차 내 형광등이 켜져 있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역 구내는 금세 암흑천지가 됐고 뒤늦게 밖으로 빠져나온 승객들도 출구를 찾지 못해 승강장에서 변을 당하고 말았다.
역 구내에도 화재 발생 직후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아 연기에 갇힌 많은 승객들이 질식하는 비극을 맞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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