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깃발이 출렁이며 출발 신호가 떨어지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33명의 카레이서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트랙으로 차를 몬다.
경주용으로 특수 제작된 자동차를 타고 2.5마일(약 4km)의 타원형 트랙을 무려 200바퀴 도는 ‘광기(狂氣)의 속도전’, 스피드광들의 잔치인 ‘인디애나폴리스 500마일 레이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경주 대회다. 레이서들은 최고 시속 400km를 넘나들며 내달린다.
‘인디500’이란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대회는 1900년대 초 미국 자동차 시대의 개막과 함께 시작됐다.
인디애나폴리스 자동차 트랙은 원래 자동차 성능을 시험하던 장소였다.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진전되면서 이 트랙은 속도감을 즐기는 모터스포츠의 무대로 탈바꿈했다.
1911년 5월 30일 제1회 인디500이 열렸다. 출발선에 선 자동차들은 대부분 2인승.
운전자와 동승한 정비사는 주행 중 고장이 생기면 고쳐 주고, 뒤쪽의 상황을 파악해서 운전자에게 알려 주는 역할을 했다.
특이하게 레이 하룬이란 레이서가 몰고 나온 자동차는 1인승이었다. 조수석이 없는 대신 그의 차 운전대 앞에는 조그만 거울이 달려 있었다. 하룬은 이 거울을 통해 후방을 확인했다.
정비사가 타지 않아 중량이 적었던 그의 자동차는 1등으로 결승선에 골인했다. 이후 하룬은 제1회 인디500의 우승자라는 사실보다는 차량 뒤를 살필 수 있는 거울, ‘백미러(rearview mirror)’의 발명자로 더 유명해졌다.
하룬은 시속 120km로 6시간 정도 달려 우승을 차지했다. 자동차 제작기술 발전과 함께 요즘 인디500 레이서들은 평균 시속 300km대의 스피드로 3시간 내에 500마일(약 804km)을 주파한다.
살인적인 속도로 경쟁하는 대회에서 가장 숨 막히는 대목은 언제나 간발의 차로 승패가 갈리는 것. 올해 레이스가 특히 그랬다. 28일 열린 대회에서 샘 호니시는 2등과 불과 0.0635초 차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우승의 환호에 둘러싸인 호니시를 바라보며 마르코스 안드레티는 씁쓸히 되뇌었다.
“2등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인디500 역사상 두 번째의 근소한 차로 우승을 놓쳤다.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 승부의 세계에선 1등이 모든 것을 차지해 버리기 때문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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