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94년 켈로그 박사, 콘플레이크 특허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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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실린이나 비아그라처럼, 아침식사 대용식인 콘플레이크의 발명도 우연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1894년 4월 어느 날, 미국 미시간 주의 배틀크리크 요양원. 의료와 영양 관리를 맡은 존 하비 켈로그 박사는 곡물과 견과류를 중심으로 한 식사가 정신을 맑게 해 주는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환자 2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던 도중 급한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켈로그 박사는 밀가루 반죽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걸 발견했다.

요양원의 빠듯한 예산에 반죽을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롤러에 넣고 돌렸는데 뜻밖에도 켈로그 박사가 얻은 것은 납작하게 펴진 반죽이 아니라, 얇고 딱딱한 조각들이었다. 그는 이 조각들을 튀겨 우유와 함께 환자에게 제공했다. 이 새로운 식단, 바로 콘플레이크는 환자들 사이에서 대인기였다. 같은 해 5월 31일 켈로그 박사는 콘플레이크의 특허를 등록했다.

요양원을 떠난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콘플레이크를 주문할 정도로 수요가 늘자 켈로그 박사는 요양원에서 사무를 맡던 형 윌리엄 키스 켈로그와 함께 1897년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형이 일반인의 입맛에 맞춰 콘플레이크에 설탕을 첨가하자고 주장하자 켈로그 박사는 형과 결별했고, 그 뒤 두 번 다시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켈로그 박사는 자신이 정한 건강 신조의 가장 엄격한 실천자이기도 했다. 그가 평생에 걸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인 것은 영양과 운동. 채식주의와 운동을 통한 양생법의 신봉자였던 그는 의사이면서도 채식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려 시도했다.

몸에 대한 켈로그 박사의 관심은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기괴했다. 그는 성관계가 건강의 적이라고 믿었고, 달고 매운 음식은 열정을 증가시켜 건강에 해로운 성욕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요양원의 환자들에게도 성욕을 억제시키기 위해 온갖 해괴한 수술을 권유했다.

앨런 파커 감독은 영화 ‘로드 투 웰빌’에서 켈로그 박사의 기이한 태도와 배틀크리크 요양원 사람들의 극단적인 건강 염려증을 풍자했다. ‘로드 투 웰빌’에서 보면 요양원에서 귀부인들이 웃음 요법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건강 그 자체에만 집착하는 강박증, 그리고 노화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은 마음속에 웃음의 불씨 하나 없이 오직 건강만을 위해 웃음을 배우는 귀부인들의 얼굴처럼 그로테스크하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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