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감히 술이 정신을 흐리게 한다고 비난하려 드는가. 술보다 더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이 있다면 내게 말해 보라.”(그리스의 장군 데모스테네스)
술은 천사인가, 악마인가.
선사시대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술. 하지만 음주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술은 신성한 것,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사람의 진심을 드러내게 하는 수단이었고 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16세기까지는 극히 일부를 빼고는 술에 빠져 사는 사람이 없었다. 일반인이 구할 수 있는 술의 양이 제한적이었다. 생산과 유통이 불안정했고 오래 보관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나친 음주’ 자체가 어려웠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등장하면서 술의 생산과 소비가 크게 늘었다. 도시로 내몰린 그들의 처참한 삶이 술 소비를 촉진했다.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조사한 당시 보고서는 “가난과 슬픔이 힘겨울수록 술로 잊으려 한다”고 적었다.
성인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은 산업혁명을 전후한 수십 년 만에 15L에서 35L로 급증했다. 급기야 1849년에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금주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술이 없으면 견딜 수 없는 증상은 일종의 병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1935년 5월 미국 뉴욕의 주식중개인 빌 윌슨(1895∼1971)과 외과의사 밥 스미스(1879∼1950)가 만나 의기투합했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시달려 온 두 사람이 음주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것.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다른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금주동맹(AA·Alcoholics Anonymous)을 만들었다. AA의 공식 창립일인 6월 10일은 스미스가 술을 끊은 것을 기념한 날이다.
두 명으로 출발한 AA는 현재 180개국에서 약 20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회원들은 지역별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여 12단계 프로그램을 통해 알코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AA 지지자들은 성공률이 75%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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