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97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크게 흥행한 같은 이름의 연극을 스크린에 옮긴 만큼 일찌감치 빅 히트가 예고됐다. 희곡을 쓴 극작가는 ‘에쿠우스’ ‘블랙코미디’로 잘 알려진 피터 셰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19세기 이후 유럽에 퍼진 것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 모차르트는 류머티즘 열병으로 사망했으며 그 원인은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음으로 밝혀졌다.
영화 ‘아마데우스’가 현대인에게 요절한 천재 음악가의 아우라를 일깨우는 데 한몫한 것은 사실이다. 모차르트의 필명이기도 한 제목부터 영화의 테마를 보여 준다. ‘아마데우스’의 뜻은 ‘신을 사랑하는 자’. 테이블 아래를 기어 다니면서 여성의 드레스 자락을 들치고 궁중음악가라는 신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스러운 언행을 일삼는, 그러나 그때껏 들어보지 못했던 천상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살리에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신이 왜 그토록 방만하게 사는 모차르트에게 천재적인 재능을 주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평범한 ‘우리 모두’는 입에서 나오는 말은 천박하지만 손으로 지어 내는 운율은 너무나 아름다운 남자를 이해할 수도, 무작정 미워할 수만도 없었던 살리에리의 심경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서로 반감을 가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자료는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만큼 서로의 음악에 경의를 표했다는 문서도 있다. 영화에서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죽음에 관여한 것으로 나오지만 이 설정은 극적이긴 해도 신뢰하기 어렵다.
남우주연상은 살리에리 역을 맡은 머리 에이브러햄이 받았다. 그렇지만 ‘아마데우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톰 헐스가 연기한 모차르트의 웃음소리일 것이다. 어찌 들으면 철없게, 또 어찌 들으면 경박하게 들리는 이 웃음소리는 당시의 자료를 바탕으로 연출됐다. 당대의 사람들은 그 웃음을 ‘쇠로 유리를 긁는 듯한 웃음’ ‘전염되기 쉽고 들뜬 웃음’으로 묘사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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