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63년 링컨, 추수감사절 공표

  • 입력 2006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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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대지와 드넓은 하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 전쟁의 참화 뒤에 온 평화, (중략) 이 모든 것은 인간이 해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보낸 자비로운 선물이거늘 전 세계의 미국인들은 11월의 마지막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기념토록 하라.”

1863년 10월 3일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11월의 마지막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제정해 공표했다.

처음 추수감사절을 제정한 것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그러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구시대의 악습”이라며 폐지했다가 링컨 대통령이 여성 언론인 세라 조세파 헤일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한국의 추석과도 닮은 점이 많다.

고향에 가려는 승객들로 미국 주요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루는가 하면 미국의 유명 백화점과 할인점들은 잇달아 세일 행사를 연다.

한국의 추석처럼 온갖 부엌일은 여자들의 몫이다. 그래서 “이날 남자들은 오직 칠면조(추수감사절의 주요리)를 자르는 일만 한다”고 미국 여성들은 비꼰다.

링컨 대통령의 말처럼 축제의 본래 취지는 화합과 평화였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102명의 영국의 청교도들이 이듬해인 1621년 가을 미국 땅에서 첫 수확을 하고 신에게 바치는 감사 축제를 연 것이 추수감사절의 기원.

이 축제에는 인디언들이 초청됐다. 풍토병과 강추위, 식량 부족에 고생하던 청교도들의 한 해 농사와 정착을 헌신적으로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이날 식탁에 오르는 감자와 호박, 칠면조도 원래 인디언의 음식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는 특정 종교인들만의 날이지만 추수감사절만큼은 여러 인종과 문화를 가진 미국인들이 하나 될 수 있는 유일한 명절”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추수감사절에는 미국 원주민 3000여 명이 모여 ‘감사’가 아닌 ‘애도’ 행사를 열었다.

“식량을 나눠주면서 백인들이 겨울을 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큰 실수였다. 이내 기력을 회복한 백인들은 원주민을 배신하고 땅을 빼앗았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아니라 추수강탈절(Thanks-taking Day)이다.”

올해 추수감사절에는 미국인들이 진정한 인종 화합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 같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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