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는 1938년 10월 12일 촬영에 들어갔다. 캐스팅 때문에 진통을 겪은 뒤였다. 주디 갈런드가 도로시 역을 맡았으나 제작사 내부에서는 당시 아역 스타였던 셜리 템플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냈다. 깡통나무꾼 역을 맡았던 배우가 알루미늄 가루분 분장 때문에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배우도 바꿨고 분장도 얇은 알루미늄을 얼굴에 붙이는 방식으로 바꿨다). 감독도 4명이나 참여했는데, 그중 가장 오래 작업한 빅터 플레밍 감독의 이름으로 영화가 선보였다.
‘오즈의 마법사’는 캔자스시티의 농장에 살던 도로시와 애완견 토토가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오즈라는 마법의 나라로 오면서 겪는 모험이다. 두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깡통나무꾼, 용기가 없는 사자가 도로시의 여행길에 동행해 사악한 마녀를 물리치기까지 겪는 일들을 담았다.
판타지 동화의 캐릭터는 대부분 기발하고 독특하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등장인물이 인기를 모은 이유는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얻은 생동감 덕분이었다. 레이 볼저(허수아비), 잭 헤일리(깡통나무꾼), 버트 라어(사자)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으나 팬들은 이들을 진짜 얼굴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분장한 모습으로 기억한다. 크랭크인 당시 16세였던 주디 갈런드도 이 영화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갈런드가 캔자스시티의 농가를 배경으로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부르는 모습은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유명세만큼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해석도 쏟아졌다. 미국 공황기에 농촌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강조한 영화라는 평이한 분석도 있었다. 도로시는 ‘미국의 전통가치’, 허수아비는 ‘농부’, 깡통나무꾼은 ‘산업근로자’를 상징한다며 ‘오즈의 마법사’는 당시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우화라는 해석도 나왔다.
1980년대 이후 용기 없고 두뇌가 없는 캐릭터들은 남성성이 거세된 게이이고, 마법나라 오즈는 게이들이 차별받지 않는 이상향을 가리킨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공감하든 하지 않든 분분한 해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풍부해지는 이야기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