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면 머리기사는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이렇게 전한다.
“유엔 총회는 25일 밤(한국 시간 26일 낮) 중공(中共) 가입과 자유중국(대만) 축출을 결의했다. 총회는 이날 결의안을 찬성 76, 반대 35, 기권 17표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의 가결로 대만의 의석 유지를 위한 미국의 노력은 완전히 좌절되고 말았다.”
중국은 유엔 가입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가입과 동시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자리까지 차지했다. 당시 미국의 조지 부시 유엔대사는 결의안 중에서 대만 축출 조항만은 빼자고 제안했으나 묵살됐다. 냉전의 국제무대에서 ‘온정’이 발붙일 곳은 없었다.
‘격변’은 곧바로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총회가 끝나자마자 대만 정부의 의석을 접수하라고 외교라인에 지시했다. 대만 국기는 이날 밤 유엔 본부 앞 게양대에서 끌어내려졌다. 일본 총리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해 ‘하나의 중국’을 외쳐 온 중국 정부에 일찌감치 동조했다.
불똥은 한반도에까지 튀었다.
슈퍼 파워로 등장한 중국이 ‘북한의 입’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유엔군 철수 문제를 거론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었다. 소련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던 한국의 유엔 가입 문제를 ‘분단국 동시 가입’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논의가 활발해진 것도 이 무렵이다. 남북한의 유엔 가입은 냉전이 종식된 1991년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요즘 한반도 정세는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핵실험을 한 북한 제재에 드러내 놓고 찬성한다. 특사까지 보내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북한이 믿었던 중국의 변심에 더 흥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유엔에 입성한 뒤 35년, 중국은 초강대국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로 급부상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 줬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국익(國益) 우선의 외교정책이다. 북한편을 드는 것도 당연히 국익을 위해서다. 만약 북한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중국은 요즘 그 해답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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