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6년 ‘모빌’창시 콜더 사망

  • 입력 200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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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방 천장에 매달려 움직이는 모빌은 아기의 시각을 일깨워 주는 장난감으로 큰 인기를 끌어왔다. 지금은 카페 장식물이나 장난감 정도로 여겨지는 ‘모빌’은 20세기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중대한 발명이었다.

“우리 시대의 거대한 개혁의 하나는 미술이 시간 요인을 사용한다는 것이다(특히 4차원적 시간을). 결코 반복되지 않는 움직이는 리듬 속에 태어난 예술작품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존재요, 모든 체계를 벗어난 아름다움이다.” (폰투스 훌텐)

‘모빌’은 3차원에 머물던 조각 작품에 ‘움직임’(시간)이란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4차원의 예술을 가능케 했다. 이것은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엄숙주의를 깨고 ‘미술도 이렇게 가볍고 재밌을 수 있구나’하는 것을 보여 준 전위적 시도였다.

‘움직이는 조각’의 창시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알렉산더 콜더(1898∼1976).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1927년 파리에서 철사와 모터를 단 사람과 동물 모형으로 서커스 공연을 벌여 열광적인 호평을 얻었다. 그가 본격적인 모빌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화가 피터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방문한 다음부터였다.

“그의 작업실을 보았을 때 나는 한 방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넓고 아름다운 작업실은 아주 이색적이었다. 하얀 벽에는 검은 선의 칸막이가 있고 원색의 사각형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교차되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때 나는 ‘이것이 전부 움직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하고 생각했다.”

당시 몬드리안은 그의 제안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콜더는 집에 돌아와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철사를 비틀고, 바늘을 휘어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1932년 전시회에서 마르셀 뒤샹은 이 작품에 ‘모빌(mobile)’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결국 모빌은 서커스를 장난감으로 만들었던 놀이정신과 근엄한 추상예술의 기묘한 혼합으로 탄생한 셈이다.

그의 작업은 물리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원리가 작용하고 있으나 시각적으로는 나뭇잎, 수련, 곤충, 공룡, 새, 강아지, 치즈 등의 이미지로 생태적이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20세기의 가장 유쾌하고 기쁨에 가득 찬 조각가였던 그는 죽을 때까지 결코 창의성이 고갈되지 않았다. 그는 마사 그레이엄 현대 무용단을 위한 공연무대를 디자인했으며, 1960년대 이후 세계 곳곳의 비행장, 미술관, 광장에 자신의 대형작품을 세웠다. 환경미술과 어린이 미술교육에 평생 힘썼던 그는 1976년 유엔을 돕기 위해 우표와 석판화를 제작해 기증했으며, 그해 11월 11일 사망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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