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는 1960년대 프랑스에서 연주 밴드 대신 레코드를 사용하는 댄스홀을 ‘디스코텍’이라고 부른 데서 연유했다. 공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 ‘디스코텍’이 미국에 전파됐고 젊은층의 호응을 얻었다. 유리박스 안에서 디스크자키(DJ)가 이야기도 하면서 레코드도 틀어 주는 디스코텍은 새로운 여가 공간이었다.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는 디스코텍이 무대다. 뉴욕 브루클린 뒷골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 토니 마네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인생이지만 춤을 잘 추는 토니에게는 낙이 있다. 디스코텍의 무대를 누비면서 주목과 선망을 받을 때 토니는 신이 난다. 때마침 토니를 눈여겨본 DJ가 댄스경연 대회에 나가 보라고 제안한다. 토니와 자주 호흡을 맞췄던 댄스 파트너는 아네트이지만 토니가 정말 춤추고 싶은 상대는 스테파니다.
‘방황하는 청춘,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관계’라는 단순한 플롯이었지만 ‘디스코 아이콘’으로 가득 찬 이 영화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펄럭이는 나팔바지, 포마드를 발라 뒤로 빗어 넘긴 머리,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춤….
낮에는 꽉 막힌 삶이지만 밤에는 ‘남자 신데렐라’가 되는 청년 토니를 연기한 존 트래볼타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스타가 됐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해 아직도 영화에서 춤출 때 신었던 굽 높은 구두를 갖고 있다고 한다. 트래볼타는 “가끔 구두를 꺼내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절대로 신어 보는 건 아니다”고 말한다.
음악의 인기도 대단했다. 그룹 ‘비지스’가 음악을 맡은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된 6곡이 모두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고 3000만 장이나 판매됐다. 이 음반에 수록된 ‘How Deep Is Your Love’는 많은 후배 가수가 리메이크했다.
‘디스코’ 하면 떠오르는 이 영화는 같은 제목의 뮤지컬로도 옮겨져 1998년 영국 웨스트엔드의 팔라디움 극장에서 초연됐다. 아바의 ‘맘마미아’, 퀸의 ‘위 윌 록 유’와 함께 3대 팝뮤지컬로 꼽힌다. 이 뮤지컬은 내년 초 런던의 오리지널팀이 내한해 국립중앙극장에서 공연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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