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43년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출간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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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너대로 크리스마스를 즐겨. 난 내 방식대로 보낼 테니. 날 혼자 내버려 둬.”

수전노(守錢奴) 에비니저 스크루지는 까칠했다. 크리스마스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조카 프레드에게는 이렇게 대답했다.

“흥! 바보 같은 짓이지.”

크리스마스이브,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모두 포근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스크루지는 컴컴하고 싸늘한 방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 세상에는 한심한 가난뱅이가 정말 많아!”

그날 밤, 스크루지는 과거 동업자였던 마레의 유령을 만난다. 고집 센 스크루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놓인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문학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천진한 소년 스크루지, 정 많은 누이동생과 보낸 즐거운 한때, 돈은 없지만 친구, 이웃들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조카….

스크루지는 흐느껴 울고 만다. “저 모든 것을 되찾고 싶어.”

사회개혁주의자였던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1843년 12월 19일 스크루지가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첫 출간한다. 이 이야기에는 디킨스가 오랫동안 붙들어 온 두 가지 주제, 사회적 불공평과 빈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발간 일주일 만에 약 6000부가 팔려 나가는 대성공을 거뒀다. 사실 디킨스는 빚을 갚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1836년 캐서린 호가르트와 결혼해 슬하에 열 명의 자녀를 둔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쓸 당시는 불어나는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이 많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디킨스의 본래 ‘집필 의도’와는 별개로, ‘크리스마스 캐럴’의 인기는 크리스마스의 중요성을 다시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크루지 이야기는 당시 사라져가던 크리스마스의 오랜 전통을 일깨웠다.

영국 시인 토머스 후드는 1844년 “오래전부터 내려온 따뜻하게 맞아주는 관습, 사회적이고 자애로운 관례가 있던 크리스마스가 쇠락해 가고 있지만,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옛 전통을 이어가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아침, 스크루지의 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이 부지런히 어디론가 오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아이들을 만나면 머리를 쓰다듬어 줬고, 거지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일들이 그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껏 할 일 없이 거리를 거니는 일에서 이토록 큰 행복을 맛보리라고, 그는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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