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31년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 탈고

  • 입력 2007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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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1년 1월 15일 빅토르 위고(1802∼1885)가 장편 ‘파리의 노트르담’을 완성했다. ‘노트르담의 꼽추’로도 알려진 소설이다. 워낙 밀린 원고가 많았던 탓에 위고는 이 작품을 계속 미뤘다. 하지만 작업을 시작하고선 무섭게 몰입해 4개월 만에 대작을 완성했다.

이 소설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됐고 70차례 이상 영화화됐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초연 이래 티켓만 5000만 장, 음반은 1000만 장 이상 팔리며 히트했다. 성당의 종지기 카지모도의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에 대한 순정을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동안 알려진 캐릭터와 서사만으로 따지자면 이 소설은 빈약해 보인다. 부주교 클로드 프롤로가 에스메랄다에게 반하지만, 이 집시 처녀가 마음을 빼앗긴 대상은 잘생긴 바람둥이 헌병대장 페뷔스. 질투심에 불탄 프롤로는 페뷔스를 죽이려다가 뜻대로 안 되자 에스메랄다에게 살해 기도 혐의를 덮어씌운다. 교수형의 위기에 처한 에스메랄다를 구출해 내는 사람은 그녀를 연모해 온 종지기 카지모도. 삼각관계가 얽힌 데다 출생의 비밀까지 겹치는(집시를 증오해 온 자루 수녀는 에스메랄다를 죽이려 하는데 알고 봤더니 자신의 딸이었다) 줄거리만 보면 그저 그런 TV 드라마처럼 보인다.

이 소설이 왜 대작으로 평가받을까? 문학사가 귀스타브 랑송의 평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책의 참다운 재미는 온갖 삽화와 광경 묘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 (개개의 인물보다) 더 생생한 것은 군중이요, 거지와 부랑배의 우글거림이다. 그보다 더 생생한 것은 도시 자체요, 15세기의 파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생생한 것은 그 그림자가 도시를 덮고 있는 성당이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이 소설에서 진정한 넋을 가진 유일한 개인이다.”

그러니까 위고는 중세의 파리를 치밀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고딕 예술의 찬란한 건물들, 판결을 정당화하기 위해 피고를 고문해서라도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 내는 재판관, 교수대의 처형 광경을 구경하려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파리의 ‘착한’ 시민들…. 그는 거대한 역사를 소설로 쓴 것이다. 그러니 랑송의 말대로 소설 속에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동시에 한편으로 어둡고 음울한 노트르담 성당은 그 자체로 중세의 분위기와 정신을 상징한다. 국내에도 완역본 ‘파리의 노트르담’을 비롯해 번역본이 여럿 나와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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