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2년 ‘사랑은 비를 타고’ 美개봉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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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inging in the rain. Just singing in the rain….”

아무도 없는 어두운 거리. 추적추적 비까지 내린다. 유성영화에 밀려난 무성영화 배우 신세. 그래도 사랑을 확인했으니 세상을 얻은 듯. 우산을 받쳐 든 주인공의 댄스가 펼쳐진다.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

진 켈리의 신들린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가 삼위일체(三位一體)를 이뤘다. 1952년 3월 27일 미국 뉴욕의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개봉돼 기립 박수를 받았다.

쾌활한 코믹물이지만 할리우드의 그림자를 들춰낸 생각 있는 영화. 그해 미국영화협회의 아메리칸 베스트필름과 미국각본가협회 최우수작품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최고의 미덕은 바로 그 장면, 잊지 못할 ‘빗속의 춤사위’다.

“밤하늘이 어두워도 미소를 짓고…(중략)…폭풍우 구름이 사람들을 쫓아도, 비를 맞아도 웃음이 나네. 나는 빗속에서 노래 부르리.”

꿈은 넘치지만 현실은 등을 돌린다. 믿을 건 친구뿐인데 사기를 친다. 그래도 우린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도 할 수 있잖은가. 영화는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설파한다.

눈물도 희망이 되는 메시지는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영화와 광고에서 끊임없이 차용된다. 변방의 한국영화 ‘남자는 괴로워’에서도 안성기가 멋들어진 춤을 췄으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키스 신, 히치콕의 ‘사이코’ 등과 더불어 수많은 오마주(hommage·경의)를 받는다.

‘따라하기’는 나쁜 게 아니다. 존경의 뜻에서, 그리고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라면. 작품은 변형되고 재해석된다. 원작의 분위기를 좇아 새로운 효과를 보는 패스티시, 풍자와 조롱의 도구로 삼는 패러디나 키치 등 방법도 다양하다. 당당한 문화의 일부다.

그러나 표절과는 엄연히 다르다. 남의 걸 제 것이라 우기는 건 도둑이고 강도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그래도 주인은 있다.

요즘 인터넷엔 ‘표절 가요 추방’이란 동영상이 난리다. 국내 대중음악 41곡이 베낀 거란다. 갑론을박이 거세니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그런데 왜 만날 한국 음악만 이리도 말이 많은 것인지. 꿈은 넘치고 세상은 살 만해서인가. 빗속에서 춤이나 출 일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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