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화 ‘크래시’에 나오는 대사다.
경계와 불신, 그리고 인종 갈등…. 한 장면, 한 장면이 어찌나 미국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주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다.
배경은 ‘천사들의 도시’라는 로스앤젤레스(LA)다. 시나리오를 쓴 폴 해기스는 이 도시에 30년을 살면서 겪은 LA의 어둡고 뒤틀린 면을 채집해 낱낱이 고발했다.
국내 여행 안내책자들을 보면 ‘이 도시에서는 밤길에 혼자 다니지 말라’는 경고가 꼭 들어 있다. 특히 도심은 매일 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LAPD(LA 경찰의 약칭)는 오늘도 시내 이곳저곳을 바쁘게 뛰어다닌다.
그래서 LA는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스페인어로 ‘천사들’)가 아니라 차라리 로스디아블로스(Los Diablos·스페인어로 ‘악마들’)로 불리기도 한다. 낯선 사람에게 선뜻 말을 걸지 않기에 ‘삭막한 파티션이 된 하나의 거대한 사무실’ 같다는 말도 있다.
도시의 역사는 18세기 중반, 새로운 교회 건립을 위해 주변을 탐험하던 40여 명의 스페인 선교사와 이주민이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시작됐다.
멕시코와의 전쟁을 거쳐 1850년 4월 4일 미국에 편입된 이 도시는 유전 개발과 항만 건설,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호황으로 순식간에 북미 대륙 서해안의 중심 도시로 발전했다.
당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끌면서도 인종 갈등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백인과 흑인, 한때 이곳을 지배한 히스패닉, 태평양을 건너 이주해 온 동양인들까지, ‘인종 비빔밥’을 방불케 하는 LA. 미국에서도 가장 번잡하고 시끄러운, 또 지구상에서 가장 ‘핫(hot)’한 도시가 이곳이다.
하지만 어두운 이면을 보상하듯 자연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검푸른 태평양, 1년 내내 비추는 화사한 태양…. LA는 인간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기후이기에 샌타모니카 비치에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또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가장 많이 몰려 사는 곳인 동시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휴양 오락시설의 화려함까지 더한 이곳은 세계의 문화 중심으로 손색이 없다.
1840년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처럼 이민자들은 계속 몰려들고 있다. LA는 아직도 꿈을 실현하려는 자들의 도시일까.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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