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를 소재로 한 영화 ‘스타트렉’의 제작자 진 로든베리 씨는 탑승자의 대표 격이었다. 1960년대 저항 문화의 상징이자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였던 티머시 리어리 씨도 동승했다.
그들만이 아니다. 독일 나치의 로켓 과학자였던 크라프트 에리케 씨, ‘별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했던’ 네 살짜리 일본계 미국인 꼬마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몸무게는 전부 합쳐도 1kg이 채 안 됐다. 모두 망자(亡者)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7g 미만의 골분(骨粉)으로 변해 립스틱 모양의 캡슐에 들어 있었다. 캡슐에는 고인의 이름과 유족들이 남긴 말이 새겨져 있었다.
로켓은 이 캡슐들을 지구 상공 551∼578km 궤도에 올려놓았다. 약 90분마다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위치. 캡슐이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재진입하면 대기와의 마찰열로 타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미국의 항공우주업체인 셀레스티스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스페인 TV로 생중계됐다. 최초의 우주 장례식은 이렇게 치러졌다.
당시 셀레스티스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수천 명에 이르는 ‘잠재적 고객’이 우주 장례식에 대해 문의했다”고 말했다. 당시 1인당 장례비는 4800달러였다.
우주 장례식은 몇 차례 더 있었다.
이 가운데 혜성 ‘슈메이커 레비’를 발견한 유진 슈메이커 박사의 골분은 1999년 7월 달 표면에 묻혔다. 명왕성을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 박사의 골분은 ‘뉴호라이즌스’호에 실려 지금도 우주여행 중이다.
우주 장례식은 공상과학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특히 ‘스타트렉’에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로든베리는 훗날을 예견했던 걸까. 그는 죽은 지 6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캐릭터가 있는 곳으로 떠날 수 있었다.
AP통신은 첫 우주 장례식에 관한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로든베리가 숨진 1991년에도 우주 장례식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부인 마젤 로든베리 씨는 남편의 유골을 보내는 데 동의했다. 남편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으로.’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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