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포토저널리스트 윌리엄 유진 스미스의 사진집 ‘목욕하는 도모코 우에무라’는 미나마타병이 인간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를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 준다.
1956년 4월 일본 구마모토 현 미나마타 시. 어느 화학공장에 딸린 병원에서 다섯 살짜리 꼬마가 검사대에 올랐다. 이 꼬마는 제대로 걷지도, 말도 하지 못했다. 몸도 부들부들 떨었다. 이틀 뒤 꼬마의 동생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은 집집마다 검사를 시작해 8명의 환자를 추가로 발견했다.
5월 1일 병원 책임자는 공중보건소에 이 사실을 알렸다. 미나마타병의 첫 보고였던 셈.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중추신경계를 파괴하는 병이 퍼지고 있다.”
바닷가에 있는 한적한 도시 미나마타는 공포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도시 이름을 따 미나마타병으로 불렀다.
시 정부는 5월 말 기병(奇病)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는 1950년부터 고양이들이 경련을 일으키다 죽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늘에서는 까마귀가 떨어졌다. 해초도 자라지 않았으며 물고기들이 죽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59년 11월 정부는 다음과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나마타병은 주로 미나마타 만(灣)에 사는 물고기와 조개를 대량 섭취했을 때 나타났다. 이 병을 일으키는 주요인은 유기 수은 화합물이었다.”
바다에 수은 폐기물을 버린 장본인은 일본 굴지의 화학회사인 짓소로 밝혀졌다. 짓소의 화학공장과 이어지는 수로의 퇴적토양을 분석한 결과 t당 2kg의 수은이 검출됐다. 채굴하면 경제적 타산이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짓소는 시 정부의 조사를 방해하고 폐기물이 인체에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했다. 그러나 책임을 피할 순 없었다. 결국 유가족과 환자, 어민 등을 포함해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현금 보상을 해야 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2001년 3월까지 2265명이 미나마타병에 걸렸으며 상당수가 숨졌다.
미나마타병은 환경 재앙의 무서움을 보여 주는 생생한 사례다. 또 재앙의 원인이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준 우울한 사례이기도 하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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