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3년 놀런 라이언 첫 노히트 노런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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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 라이언(60). 야구선수라면 듣기만 해도 가슴이 떨릴 법한 이름이다. 특히 투수들에게 그는 ‘하느님’과 같은 존재다.

박찬호(뉴욕 메츠) 역시 그를 우상으로 받들었다. 투구 동작까지 따라했을 정도였다.

박찬호의 미국 프로야구 진출 초창기, 피칭할 때 발을 높이 치켜드는(하이킥) 모습과 불같은 강속구를 보고 미국 언론에선 ‘코리안 특급’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라이언 특급’이라는 놀런 라이언의 별명에 빗댄 것이었다.

라이언은 고교 때까지만 해도 별로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볼은 빨랐으나 제구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드래프트 순위는 전체 295순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프로에 입문한 뒤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면서 ‘언터처블(손댈 수 없는) 투수’로 변신했다.

1973년 5월 15일은 그가 생애 첫 번째 노히트 노런(안타와 점수를 내주지 않는 것)을 기록한 날이다.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 선발투수로 나선 라이언은 볼넷만 3개를 내줬을 뿐 탈삼진 12개에 무안타 무실점으로 3-0 승리를 이끌었다.

불과 두 달 뒤인 7월 15일 라이언은 다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이번엔 탈삼진이 무려 17개. 상대팀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타자들은 “공이 핵폭탄급”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9회 투아웃 뒤 마지막 타자인 놈 캐시가 나무 테이블 다리를 들고 타석에 나왔을까. 정상적인 방망이로는 라이언의 공을 칠 수 없다는 걸 표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모두를 웃음바다로 만든 뒤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배트를 들고 나온 캐시는 결국 유격수 뜬 공으로 아웃됐다.

27년간 현역생활을 하다 1993년 은퇴한 라이언은 개인통산 7차례(메이저리그 최다)의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건 1991년 44세라는, 야구선수로 ‘환갑’이나 다름없는 나이에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100.9마일(162km)의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역대 메이저리그 최다 탈삼진(5714개)을 거둔 그는 역대 최다 볼넷(2795개)의 불명예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그가 ‘최고 투수’라는 것에 약간의 논란이 있어 왔다. 하지만 ‘가장 특별한 투수’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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