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스티브 포뇨. 포뇨는 완주 축하행사에서 왼쪽 다리를 바닷물에 담갔다. 나무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의족이었다. 그는 12세 때 다리뼈에 암이 생겨 다리 하나를 절단했다.
미국의 일간지 시애틀타임스는 그의 도전을 이렇게 묘사했다.
“거리에서 ‘그의 이마는 정직의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고 적힌 피켓들을 볼 수 있었다. 그가 포뇨라는 사실을 모르는 캐나다인은 없는 것 같았다. 그가 목표 지점에 도착했을 때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만큼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브라이언 멀로니 당시 캐나다 총리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사나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포뇨가 암 연구기금을 모으겠다며 캐나다 횡단 마라톤에 나섰을 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테리 폭스의 흉내를 낸다고 생각했기 때문. 폭스도 암으로 다리 하나를 잃었으며 1980년 캐나다 횡단 마라톤을 시도했다. 더욱이 상냥한 폭스는 괴팍하다는 포뇨보다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포뇨는 비교를 거부했다. 그는 “나는 나의 길을 달릴 뿐”이라고 말했다.
박수 속에 출발하진 못했지만 그는 박수 속에 결승점에 섰다. 암이 재발해 9개월 만에 도중하차한 폭스의 꿈까지 이뤄 냈다. 완주하는 동안 높아진 관심으로 약 130만 캐나다달러의 성금도 모았다.
축하행사에서 포뇨는 말했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그저 옛날에 암 환자였던 19세짜리 아이입니다. 당시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기금을 모은 것뿐입니다.”
완주 행사장에서 포뇨는 축하전보가 담긴 액자 하나를 건네받았다.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보낸 것이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신의 은총이 스티브에게 있길 바랍니다.’
그러나 신의 은총은 이미 그가 출발할 때부터 함께하고 있었다. ‘장애’조차도 남을 위해 쓰겠다는 배려의 마음이 신이 그에게 내린 은총이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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