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도미니크회 피셰르몽 수녀원에 한 수녀가 있었다. 이름은 자닌 데케(1933∼1985). 자닌 수녀는 1959년 브뤼셀의 한 음악 상점에서 가진 돈을 모두 주고 기타 하나를 구입해 수녀원에 들어갔다. 수녀원에서 자닌은 티 없이 맑은 영혼으로 노래를 만들어 불렀고 동료들은 그걸 아주 좋아했다. 이 노래들은 음반으로 제작됐다.
녹음은 1961년 7월 10일 브뤼셀에 있는 필립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기술진은 자닌의 순결하면서 강렬한 흡인력을 가진 노래를 듣고 매료됐다고 한다. ‘노래하는 수녀’ 음반은 1963년 12월 7일부터 4주 동안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음반은 최근 국내(아울로스 뮤직)에서도 발매됐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점점 예측지 못한 길로 접어들게 됐다. 1965년 자닌 수녀는 다시 신앙생활에만 몰두했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은 감출 수 없었다. 결국 수녀원을 떠나 콘서트를 열었고, 수익금을 수녀원으로 보냈다. 자닌이 원했던 것은 단지 노래였을 뿐 명성도, 돈도 아니었다. 1967년 발매된 두 번째 앨범 ‘나는 천국에서는 스타가 아니에요’는 자닌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1985년 4월 자닌은 52세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친구였던 아니 페셰와 함께. 자닌과 아니는 자폐증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했는데, 1980년대부터 벨기에 정부로부터 세금문제로 엄청난 압박을 받아왔다. 번 돈을 거의 수도원에 보냈던 자닌은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인정할 수 없었다. 환하게 미소 띤 얼굴로 노래만 하고 싶었던 순수한 영혼이 돈에 연루돼 어처구니없이 스러진 것이다.
“우리는 영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 이제 우리는 하느님께 간다. 하느님만이 우리를 용서해 주실 것이다.”(자닌과 아니의 유서)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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