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790년 미국 특허 1호 탄생

“최초라는 단어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나라에서 우리는 최초로 특허를 따낸 사람에 대해 참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했습니다.”(미국 카네기도서관 홈페이지)

미국에서 특허의 역사는 건국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특허법에 서명한 것은 1790년 4월 10일. 200년이 넘는 세월 탓일까. ‘특허 1호’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한 도서관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보듯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다.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니까.

하지만 특허법을 만들 때만 해도 관심은 매우 높았다. 신생국 미국이 부강한 나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개발자에게 배타적 사용권을 주는 특허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제도였다.

워싱턴 대통령이 특허법에 서명한 지 3개월여가 흐른 7월 31일. 드디어 특허 1호가 탄생했다. 새뮤얼 홉킨스라는 발명가가 출원한 탄산칼륨 제조공정에 대해 미 정부가 특허증을 발급한 것이다. 탄산칼륨은 잿물의 일종으로 비누를 만들 때 쓰는 원료이기도 하다.

당시 특허에 대한 높은 관심은 특허증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무장관, 법무장관은 물론 당시 미국 수도(首都)였던 필라델피아 시장까지 서명했다.

이후 특허 제도는 미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기술 개발은 곧바로 특허 출원으로 이어졌다. 1호에 이어 같은 해 2, 3호가 탄생했고 지금은 600만 건 이상으로 불어났다.

한국은 어떨까.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특허 1호는 1948년 11월 20일 등록된 유화염료 제조법. 이범순, 김찬구 씨가 공동으로 발명하고 중앙공업연구소가 출원한 것이다. 1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등록된 특허 건수는 164만여 건에 이른다.

요즘 특허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 됐다. 기술로 싸우고 특허로 승리를 확인하는 기술전쟁의 시대다. ‘특허전쟁에서 지면 특허식민지로 전락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서 특허 1호를 낸 선구자들의 족적이 더욱 커 보이는지도 모른다. 200여 년 전 잿물을 만드는 방법을 개선해 비누의 대량생산 시기를 앞당긴 홉킨스처럼.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