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9월 7일자 본보(당시 석간) 머리기사의 제목이다. 이날 헌법 사상 처음으로 입법 사법 행정부와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의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국영기업체 상근임원 등 1167명의 재산이 공개됐다.
본보 사설은 그때 이렇게 적고 있다.
‘나라가 부강해진 탓일까. 아니면 재주들이 좋아서인가.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목록을 들여다보면 이 나라 공직자들은 참으로 부자로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당시 공개 재산 순위 100위 가운데 정치인은 절반이 넘는 60여 명. 100억 원 이상 국회위원도 10명이나 됐다. 법관들의 재산도 상당해 관심을 모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재산을 공개한 뒤 ‘분위기’를 몰고 갔다. 군부독재의 잔존 세력과 민정당 출신 정치인들을 몰아내는 방편으로 공직자 재산 등록 공개 제도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구세력을 축출하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공했고 공직 사회를 맑게 하는 데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 경제 관료들의 업무상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는 물론 고위 공직을 꿈꾸는 이들의 부적절한 재산 증식에 제동이 걸렸다.
시장경제 체제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돈이 많은 게 죄는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땀 흘려 벌었다면 존경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역사는 ‘독재 개발도상국’을 거치며 특히 고위 공직자들의 경우 직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축재를 한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인지 부자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해명을 하기도 전에 ‘뭔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벌었을 것’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직자들도 언제나 재산을 축소하거나 숨기려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공직자 재산 공개 때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가운데 강남권 아파트 소유자들의 평균 신고액이 시세의 48%에 불과했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일이야말로 언론의 사명 중 하나다. 그런데 현 정부는 기자들의 공직자 취재를 극도로 제한하려고만 하니 정말 모를 일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