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89년 美언론인 리프먼 출생

  • 입력 2007년 9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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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한 섬에 영국인, 프랑스인, 독일인이 모여 살았다. 이곳에서 바깥세상을 알 수 있는 통신 수단은 60일에 한 번씩 오는 우편 증기선이 유일하다. 이들은 전쟁이 발발한 지 6주가 지나서야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소식을 듣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이들 세 나라 사람들은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였다.’

1889년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월터 리프먼이 1922년 쓴 ‘여론(Public Opinion)’의 서두 부분이다. 뉴리퍼블릭, 뉴욕월드, 뉴욕헤럴드트리뷴 등을 거치며 정치평론가로 이름을 떨친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리프먼은 언론은 국민에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려주고 의제를 설정하게 한다고 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쓴 ‘여론’은 언론 관련 서적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리프먼이 정치권력과 언론에 관해 보여 준 혜안은 전 세계 언론의 지침이 되고 있다. 리프먼은 언론에 맡겨지는 국민의 알 권리란 ‘국민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했다. 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치 세계는 일반인들이 인지할 수 없는 외적인 세계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단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개인 스스로가 현상을 탐색하거나, 누군가에게서 보고를 받거나, 단순히 상상하는 것.

결국 현대의 복잡하게 분화된 사회에 있어서는 외부의 정치 세계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그 누군가의 보고, 즉 언론의 보도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만일 언론이 없다면 정부의 기밀주의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거짓말과 허위를 탐지할 수 없는 아주 불편한 사회가 된다고 했다. 국민이 알 권리를 갖게 되는 이유다. 언론이 국민의 이름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현 대한민국 정부는 언론의 대정부 취재를 막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무시한 채 ‘그들만의 섬’에 갇혀 세상을 보려 하고 있는 것이다.

6·25전쟁, 매카시즘, 베트남전 등에 대해 미국 정부를 비판한 리프먼은 1958년과 1962년 두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리고 1974년 12월 14일 고향 뉴욕에서 생을 마쳤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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